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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Jun 20. 2023

카페에서 글을 쓸 수 없는 이유

[노파의 글쓰기] 저만 쓰면 됩니다, 저만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카페에서 글을 쓴다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가뿐하게 노트북 하나 들고 가서 신선한 커피를 마시며 토닥토닥 키보드를 두들기는 모습, 참으로 근사합니다. 저도 가기는 갑니다. 일주일 내리 방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도저히 집안 공기를 참을 수 없을 때, 그럴 때 카페로 가서 근사한 작가님들을 흉내 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집에서 씁니다. 왜냐면 저는 난리 부르스를 치며 쓰기 때문입니다.


앉았다 섰다 누웠다 다시 섰다를 반복하며 씁니다. 오후쯤 되면 천국의 계단이라고 이름 붙인 스툴 위에 다리 하나를 올려놓고 책상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씁니다. 이렇게 해야 하루 여덟 시간씩 쓸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욕창이 생길 것처럼 아프기 때문입니다.


사실 거짓말입니다. 여덟 시간 동안 쓸 리가 없습니다. 한 줄 쓰고 핸드폰 보고, 한 줄 쓰고 방석 위로 엎어지고, 한 줄 쓰고 베란다로 나가 식물들을 괴롭힙니다. 집중력이 거의 신생아 수준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도저히 끝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일용직 자리를 알아봅니다. 파주에 교보문고 물류센터가 있는데 거기서 입 다물고 책이나 날라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밭을 사서 농사를 짓자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검색을 하다 보면 역시 책 쓰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씁니다.


마감일은 7월 말입니다. 그런데 무슨 놈의 객기인지, 6월 말까지 1차로 원고를 보내주겠다고 말해버렸습니다. 다 주둥이의 농간입니다. 혹시 제 글을 보고 계신다면, 편집자님, 제가 그때 허언증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6월 말까지는 챕터 3까지밖에 쓸 수 없습니다. 사죄드립니다.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나의 키다리 토마토 나무는 꽃이 진 자리에 동그랗게 열매를 맺었습니다. 파프리카도 최선을 다해 노랗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오이도, 고추도 다들 조용히 커가는 중입니다. 이 집에서 징징대는 것은 오직 저뿐입니다. 저만 쓰면 됩니다, 저만.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127497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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