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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Sep 15. 2023

[서평 쓰기] 작가와 성공

[노파의 글쓰기] <글쓰기에 대하여> 5장~6장 


�<글쓰기에 대하여> 마거릿 애트우드

오늘은 마지막 5장과 6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5장은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인기를 얻는 것이 작가에게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저는 답할 수 없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요. 

6장은 죽음에 관한 얘기입니다. 조금 생뚱맞지만 작가들을 가장 매료시키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역시 오늘 이야기도 재밌습니다. 


"인기, 그러니까 너무 과한 인기는 한때 ‘고상한’ 작가로 대접받던 존재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에겐 여전히 범죄나 마찬가지였지요. … 평론가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도 독자들은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자위하기 시작하면 진지한 작가로서의 수명이 끝나므로, 젊은 작가는 무엇보다도 잠재적 독자들을 주의해야 하지요. “수많은 문학의 적들 가운데, 성공이 가장 교활하다”라고 코널리는 말합니다. 그런 다음 트롤럽의 말을 인용해요. “성공은 오직 인생의 황혼기에, 그것도 오직 적은 양만 복용해야 하는 독약이다.”"

그럴 줄 알고 저는 성공이라는 독약을 거의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는 소망에 걸맞게 애매한 재능을 갖고 있어 무척 다행입니다. 


"이자크 디네센의 <카네이션을 든 청년>을 봅시다. 이 소설은 가난한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담아내서 데뷔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둔 찰리라는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 빈곤층이란 소재라면 이제 신물이 나서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데, 그의 추종자들과 대중들은 그를 고귀한 작가라 단정 짓고 그의 펜 끝에서 빈자들에 대한 더욱 훌륭한 작품이 더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하거든요. 그가 다른 주제로 글을 쓰면 그들은 그가 얄팍하고 가벼워졌다고 생각할 게 뻔합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대중을, 위대한 ‘그들’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다고 느끼지요. 심지어 질타를 받지 않고 조용히 자살할 수도 없을 거라고요."

유명 소설가라면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로 성공하면,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야기를 씁니다. 저의 첫 소설 <개구리>와 라디오 극본 세 편, 총 네 편의 이야기를 썼는데, <개구리>는 어떤 심사위원도 통과시켜 주지 않았고, 라디오 드라마는 누구도 듣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무슨 이야기를 쓰든, 누구도 기대하지도 않고 실망하지도 않습니다. 인기가 없다는 것은 이토록 좋은 일입니다. 지금은 네 번째 극본을 구상 중인데, 일단 제목은 <젠틀맨>으로 정했습니다. 오직 저만이, 무척 기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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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글을 쓰는 건 바로 ‘독자’를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아닌, ‘당신’인 독자를 위해. ‘친애하는 독자’를 위해. ‘갈색 올빼미’와 ‘신’의 중간 어디쯤 존재하는, 이상적인 독자를 위해. 그리고 어쨌거나 이런 이상적인 독자는 누군가, 어떤 ‘한 사람’이지요.

이건 이번에 쓴 제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그러니까 자신의 돈벌이나 명예만을 위해 쓰는 사람이 있고 독자를 위해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은 요지경이라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쓴 글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도록 읽히는 글,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영감을 주는 글은 오직 독자를 위해 쓴 글만이 가능합니다. 

저는 단단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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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지하세계에 속한 지식을 산 사람의 땅으로 가져올 수 있는 존재이자, 우리 독자에게 이런 지식의 혜택을 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는 이승 사람인가? 아니다. 그의 천성은 두 영역에서 자라났노라.” 소네트 6(제1부)에서 릴케는 오르페우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의 정서와 상상력은 확실히 남다르긴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심취하고 영감을 받고 찬양까지 하지만, 주변 사람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황정은 작가와 한강 작가가 굶지 않게 쌀을 챙겨주고는 싶지만, 같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같은 사람은 이웃으로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창작자보다는 후원자에 적합한 사람인 듯합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210669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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