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PA Sep 22. 2023

선량한 동화 작가님들과 한 명의 사탄

[노파의 글쓰기] 김은의 작가의 <스토리 창작>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어제는 동화책 계의 원로, 김은의 작가님 수업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동화책 쪽은 매우 무지한지라 김은의 작가님이 이 분야에서 이렇게 알려진 분인지도 모르고 갔습니다. 

요즘 책방에 꽂혀 있던 차에 동네 책방에서 6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다고 공고가 났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저 빼고 다 출간 작가셨습니다. 최소 두 권 이상은 책을 낸 분들이었고, 그중 한 명은 구독자 58만의 대형 유튜버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쇼츠만 올리기 때문에 그런 유튜버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셨지만, 구독자 백 명을 간신히 넘은 사람 앞에서 그런 겸손은 가당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 유튜브는 엄청나게 재밌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유튜브에서 '빨간 토마토'를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그렇게 우연히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말 그대로 동화의 세계였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진짜 나무꾼 목소리를 내고고, '복이 없다'라는 대사에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쏟으며, 멋쟁이만 쓴다는 베레모도 쓰고 계셨습니다.


세파에 찌든 어른들의 이야기를 쓰는 제게는 모든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충격은 동화의 내용이었습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석숭이'라는 아이에게서 복을 빌려 쓴 주인공이 7년 동안 복을 잘 쓴 후에 정직하게 복을 돌려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뭐여. 

저희 쪽 사람이 썼다면, 빌려 쓴 복으로 부자가 된 주인공이 복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7년 동안 '석숭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아기를 색출해 죽이는 이야기가 펼쳐졌을 겁니다. 그렇게 한 인간이 자신의 욕망에 잠식되어 파멸하는 순간을 낱낱이..


자라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동화에서는 이런 선량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작가님의 답변을 듣자 좀 부끄러워졌습니다. 대체 저는 언제부터 이렇게 썩은 걸까요?


선이 승리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 박복하다는 말에도 눈물이 절로 나오는 사람들, 이토록 선량한 동화작가님들 사이에 있으니 저는 사탄이었습니다.

동화작가님들은 부대찌개를 픽하셨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식사 자리에서 작가님들이 진실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저 작가님만 그러시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너랑 똑같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동화작가님들도 정말 저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섯 명의 여자들은 글을 써서 먹고 살기 위해 평생을 분투해왔고, 그 전쟁에서 김은의 선생님은 마침내 승리를 거머쥔 분이셨습니다.


알고 보니 눈물이 많은 그 작가님도 유명 동화제 대상 수상자에, 책도 서른 권 정도 냈으며, 무엇보다 유능한 국가지원금 사냥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선량한 동화작가님이라도 글로 먹고살려면 사냥꾼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야 동지애가 느껴졌습니다.


다만 동화작가님들이 성인 작가들과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저 빼고 모두가 기혼자이고 젊은 작가님을 제외하면 아이도 둘씩 있다는 점입니다. 방송작가들은 연차가 높을수록 아이 있는 기혼자를 찾기 어려운데, 아무래도 아이를 독자로 하는 책을 쓰는 분들이라 이런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제가 점점 아이들 학교 생활, 입시, 아들의 다정한 마음 씀씀이로 흘러갔습니다. 안 그래도 궁금한 게 있었는데, 마침 작가들만 모인 자리니 이참에 여쭤봐야겠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다정한 아들을 키우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혹시, 젊은 애인 같다는 느낌도 있는 걸까요?


작가님이라 이 정도 질문은 허용될 줄 알았는데, 아들을 애인처럼 생각하는 엄마가 어딨냐며 된통 혼났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건 프로이트하고만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시무룩해 있는데 다른 작가님이 한마디 합니다.

'남편보다 더 젊고 귀엽습니다.'

I knew it!


이제야 과거 그 분의 유별난 아들 사랑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남편보다 젊고 귀여운 남성이라면, 한편으론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밌는 건 정작 당사자는 그 사랑이 유별난지 모른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당사자들이 그렇습니다.


다들 모르거나 모른 척하는 상황에서 이런 솔직한 고백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어른들의 글에서는 이런 솔직함이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핵심 열쇠입니다. 매력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은 섣불리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적절한 선에서, 무례하지 않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으론 어렵고 한편으론 쉬운 일입니다.


수업은 훌륭했고, 이야기는 즐거웠고, 6시간 동안 먹고 마시고 배운 비용은 18,240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계산하고 단톡방으로 불러서 깔끔하게  N빵합니다. 동화작가님들 진짜 짱입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215122932

#노파의글쓰기수업 #노파의글쓰기 #글쓰기 #글잘쓰는법 #에세이 #문해력 #어휘력 #실용글쓰기 #감성글 #감성글귀 #김은의 #동화작가 #동화책작가 #글쓰는여자 #아들사랑 #빨간토마토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쓰기] 작가와 성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