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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Oct 01. 2023

니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노파의 글쓰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엊그제는 자려고 누웠는데 눈물이 그치지 않고 줄줄 흘렀습니다. 두 시간 정도 그러고 있었더니 물침대에서 잔 기분입니다.


이런 날엔 비욘 나티코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떠오르는 생각을 거르지 못하고 다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지극히 연약한 존재가 되어 수시로 상처받습니다. ... 자기 생각을 모두 믿어버린다면 우리 삶에서 가장 암울한 순간에 바닥이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게 되지요."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나티코는 '내 감정을 나라고 믿지 말라'고도 했는데, 우울할 땐 이 말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엊그제 같은 날엔 코를 팽팽 풀면서도 머릿속으로 '왜 우냐?'고 물어봅니다. 약간 정신분열 같긴 한데, 어차피 다들 조금씩은 정신분열 증상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이렇게 감정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서 질문을 던지면 문제들이 좀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제 경우엔 한 달 전 탈고한 후부터 이런 정서적인 문제가 있어 왔고, 그것은 처음에는 헛헛함이었다가 그다음에는 생계와 진로에 대한 불안감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내 인생은 괴롭지 않으면 불안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서글퍼졌는데, 이런 제 마음을 좀처럼 불쌍히 여기지 않는 친구로 인해 더욱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작별했습니다. 관계를 계속 이런 식으로 쳐내다가는 이 사바세계에서 저는 하나의 점으로 존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좋은 사람이었으므로 친구 이름으로 법보시를 했습니다. 제가 믿는 종교에서는 법보시를 최고의 선행으로 치기 때문에 종종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법보시를 합니다. 부귀영화는 보장 못 하지만 지옥에는 안 갈 겁니다. 부귀영화는 당신 알아서.


이렇게 감정의 찌꺼기들을 집에서 조용히 해결하는 편이다 보니, 제가 쉽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됩니다.


'작가님도 울 줄 알아요?'라고 말한 출연자도 있었고, 얼굴이 반반하면 강의고 뭐고 쉽게 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인터넷에 저처럼 즐겁고 재밌는 일상만 올리고 싶은데, 자기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어렵다고 말합니다.


하나씩 답을 드리자면, 예, 저도 웁니다. 자주 웁니다. 그냥 너처럼 동네방네 소문 안 내고 조용히 울 뿐입니다.


다음으로 저는 강의고 뭐고 ㅈㄴ 어렵게 따내서 하는 겁니다. 이력서에 적힌 한 줄 한 줄을 위해 당신이 우울할 때마다 떠난다는 여행, 정오까지 늘어지게 잔다는 휴일 늦잠, 그런 거 없이 8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겨우 책 한 권 내게 된 겁니다. 무엇보다 저는 얼굴이 반반하지 않습니다. 니 얼굴이 더 반반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일상은 대체로 외롭고 불안합니다. 그래서 씁니다. 쓰는 동안 나도 몰랐던 내 일상의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글을 쓰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6개월짜리 계약직을 전전하다 그마저도 적응 못 해서 손 털고 나온 사람의 일상이 즐겁고 재밌을 거라는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겁니까? 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들 오른쪽 모습으로 다녀도 집에서는 왼쪽 모습으로 삽니다


그런데 원래 그렇습니다.

다들 남들은 재미지게 살고, 나만 괴롭고 힘들게 산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번듯한 모습을 볼 때면 감춰져 있는 이면의 괴로움을 보려고 애씁니다. 친절하려고 애씁니다. 잘 안 되긴 합니다. 그래도 애씁니다.


그리고 빵을 굽습니다.


계란장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면 기분이 한결 좋아집니다. 빵과 계란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고통의 측면에서 우리는 모두에게 전우애를 느껴야 마땅합니다. 그러니 혼자만 괴롭게 사는 것 같다고 슬퍼 마세요. 모두가 자기 몫의 x같음을 안고 살다가 가끔씩 고통의 틈바귀로 비어져 나온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으로 겨우 사는 거랍니다.


그러니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좋은 책도 많이 읽으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자주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22437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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