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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Nov 06. 2023

저도 예술가에 끼워주시기 바랍니다

예술인 성과보고회 후기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얼마 전에 경기문화재단 보고회에 다녀왔습니다. 지원금을 받은 예술가들이 어디다 돈을 썼는지 보고하는 자리입니다.


대학을 나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대졸자일 거라고 착각하듯 글 쓰는 사람으로 살면 사방 온 천지에 다 작가만 산다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18인의 예술가들이 모인다’고 했을 때 저는 당연히 작가들만 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라는 말이 좀, 남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저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이 간 동화 작가님이 “우리 예술가들이,”라고 운을 뗐을 때 괜히 찔려 기어가는 목소리로, “전 아닌디요,,”라고 했던 겁니다.


왜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좀.. 상것입니다”라고 실토했습니다. 동화 작가님은 그리 생각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방송을 팔고 강의를 팔고 글을 팔아먹고 살아온 제겐 늘 순수 예술가가 아니라는 열등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우리 예술가들은,”이라고 말하는 사람 앞에 서면 어쩐지 기가 죽습니다. 저도 예술가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누구를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 분야에서는 단연 시인이 예술가고, 소설가가 예술가고, 동화 작가가 예술가입니다. 에세이 작가는 약간 애매한 구석은 있으나 아슬아슬하게 예술가에 끼워줍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기준이니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노여워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몇 차례 신춘문예도 기웃거려봤으나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쓴 원고는 중편 소설이라 낼 수 있는 데가 딱 한 군데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해보지만 다 부질없습니다. 어쨌든 떨어졌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니들이 뭔데 내 예술성을 평가하냐며 코웃음을 쳤으나 실은 기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들만 보면 나도 좀 끼워달라며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참고로 저는 ‘다원예술‘이라는, 어딘지 ‘그외의 것들’의 의미가 물씬 풍기는 분야의 예술가로 선정됐습니다. 올드미디어, 뉴미디어, 장르 불명의 예술이 여기에 속한다고 돼 있습니다. 역시 ‘예술 외의 것’이 맞나봅니다.


여기서는 나는 또 어떤 시인과 소설가를 질투하게 될까..  

열등감과 기대감을 안고 들어간 보고회에서 저는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됐습니다. 그곳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저와 동화 작가님, 단 두 사람뿐이었고 나머지 16인은 진짜 예술하는 예술인들이었습니다. 누구는 도자기를, 누구는 무용을, 누구는 음악을, 누구는 사진을, 그리고 누구는 저것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것을 들고 왔습니다.


지금껏 내 안의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방법은 글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점토와 레진과 춤과 음악 등 어떤 형태로든 내 안의 ‘그것’을 끄집어내려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보니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다양하고 엄청나게 뜨거운, 예술가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또 그 말이 심연으로부터 핑그르르 떠오릅니다. 나도 껴줘.




이날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와 사실 대부분의 내용을 다 잊어버렸는데,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양말입니다.


컬러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을 하는 그분이 검정 하이힐에 핫핑크와 핫그린 색의 양말을 신고 또각또각 좌중 앞에 나타난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저게 바로 rock이다! 그리고 문득 제 옷차림을 내려다보는데, 검은색 셔츠에 청바지. 흔해 빠진 캐주얼 비즈니스, 상것의 복장입니다. 거기다 운동화까지! 대체 언제 적 스티브 잡스랍니까.


너무너무 예술가 그룹에 끼고 싶었던 저는 집에 오자마자 나한텐 뭐, rock스러운 게 없나? 하고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복근입니다. 글 쓰는 사람 중에 복근이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복근이 있으면 계단도 잘 올라가고 물구나무도 잘 섭니다.


자, 이게 내 rock이다. 그러니깐 나도 껴줘.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25199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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