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성과보고회 후기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얼마 전에 경기문화재단 보고회에 다녀왔습니다. 지원금을 받은 예술가들이 어디다 돈을 썼는지 보고하는 자리입니다.
대학을 나오면 세상 모든 사람이 대졸자일 거라고 착각하듯 글 쓰는 사람으로 살면 사방 온 천지에 다 작가만 산다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18인의 예술가들이 모인다’고 했을 때 저는 당연히 작가들만 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라는 말이 좀, 남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저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이 간 동화 작가님이 “우리 예술가들이,”라고 운을 뗐을 때 괜히 찔려 기어가는 목소리로, “전 아닌디요,,”라고 했던 겁니다.
왜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좀.. 상것입니다”라고 실토했습니다. 동화 작가님은 그리 생각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방송을 팔고 강의를 팔고 글을 팔아먹고 살아온 제겐 늘 순수 예술가가 아니라는 열등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우리 예술가들은,”이라고 말하는 사람 앞에 서면 어쩐지 기가 죽습니다. 저도 예술가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누구를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 분야에서는 단연 시인이 예술가고, 소설가가 예술가고, 동화 작가가 예술가입니다. 에세이 작가는 약간 애매한 구석은 있으나 아슬아슬하게 예술가에 끼워줍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기준이니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노여워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 몇 차례 신춘문예도 기웃거려봤으나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쓴 원고는 중편 소설이라 낼 수 있는 데가 딱 한 군데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해보지만 다 부질없습니다. 어쨌든 떨어졌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니들이 뭔데 내 예술성을 평가하냐며 코웃음을 쳤으나 실은 기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들만 보면 나도 좀 끼워달라며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참고로 저는 ‘다원예술‘이라는, 어딘지 ‘그외의 것들’의 의미가 물씬 풍기는 분야의 예술가로 선정됐습니다. 올드미디어, 뉴미디어, 장르 불명의 예술이 여기에 속한다고 돼 있습니다. 역시 ‘예술 외의 것’이 맞나봅니다.
여기서는 나는 또 어떤 시인과 소설가를 질투하게 될까..
열등감과 기대감을 안고 들어간 보고회에서 저는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됐습니다. 그곳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저와 동화 작가님, 단 두 사람뿐이었고 나머지 16인은 진짜 예술하는 예술인들이었습니다. 누구는 도자기를, 누구는 무용을, 누구는 음악을, 누구는 사진을, 그리고 누구는 저것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것을 들고 왔습니다.
지금껏 내 안의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방법은 글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점토와 레진과 춤과 음악 등 어떤 형태로든 내 안의 ‘그것’을 끄집어내려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보니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다양하고 엄청나게 뜨거운, 예술가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또 그 말이 심연으로부터 핑그르르 떠오릅니다. 나도 껴줘.
이날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와 사실 대부분의 내용을 다 잊어버렸는데,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양말입니다.
컬러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을 하는 그분이 검정 하이힐에 핫핑크와 핫그린 색의 양말을 신고 또각또각 좌중 앞에 나타난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저게 바로 rock이다! 그리고 문득 제 옷차림을 내려다보는데, 검은색 셔츠에 청바지. 흔해 빠진 캐주얼 비즈니스, 상것의 복장입니다. 거기다 운동화까지! 대체 언제 적 스티브 잡스랍니까.
너무너무 예술가 그룹에 끼고 싶었던 저는 집에 오자마자 나한텐 뭐, rock스러운 게 없나? 하고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복근입니다. 글 쓰는 사람 중에 복근이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복근이 있으면 계단도 잘 올라가고 물구나무도 잘 섭니다.
자, 이게 내 rock이다. 그러니깐 나도 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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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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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드뎌 나옵니다! 우리 편집자님이 초인의 기동성을 발휘하여 만들어주신 저의 첫 책❤️ 오늘부터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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