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기 최고의 여행지, 군산 - 볼거리 편

[노파의 글쓰기] 군산 여행

by N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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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앞서 군산의 식도락편을 소개해드렸는데요,

https://brunch.co.kr/@nopa/294


오늘은 이어서 군산의 볼거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여미랑

일제 강점기 적산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숙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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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정말 예쁘고, 실내는 정갈한 다다미 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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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무릎을 세우고 앉아 화투치기 좋은 방인 것인데, 이 정갈한 좌식 환경이 요즘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옛날 사람이라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드라이기 전선 튀어나온 것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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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옛날 집이라 웃풍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특히 저는 맨 끝방에 묵은 탓에 블라인드 틈으로 외풍이 마구 들어와 특히 잘 때 코가 시려웠습니다. 그래서 히터를 틀었더니 건조해서 얼굴이 찢어졌습니다.


특히 저는 맨 끝방에 묵은 탓에 블라인드 틈으로 외풍이 마구 들어와 특히 잘 때 코가 시려웠습니다. 그래서 히터를 틀었더니 건조함으로 얼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또 방음이 잘 안 되는데, 그래서 옆 방에서 하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그럴 땐 누가 누가 잘하나, 이기는 편 우리 편, 하면서 가만히 응원해주면 됩니다.


찢어진 얼굴을 도로 잘 붙여서 복도로 나왔더니 창밖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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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 옛날 일본인들은 남의 땅에 쳐들어와서 이런 예쁜 풍경을 마치 제 것인 양 잘도 보고 있었단 말이지요? 참으로 개놈새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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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풍과 건조함과 취약한 방음 빼고는 이곳의 모든 소박한 풍경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앉아서 저 혼자만 밝게 바래버린 툇마루도 좋았고, 복도에 나란히 걸려 있는 파리채도 정겨웠습니다.


가격도 소박합니다. 제일 작은 방이 1박에 4만5천 원입니다.


2. 동국사

역시 왜놈의 흔적입니다. 강점기 때 일본 승려가 지은 절인데, 한국의 사찰과는 전혀 다른 선과 형상을 지녔습니다.


마치 검으로 베어낸 것처럼 깎아지른 듯한 처마의 선들이 뒤쪽 전나무숲의 포근함과 어우러져 정교하게 계산된 아름다움을 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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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적들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주겠다는 기세로 올라왔는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미가 세계를 구원한다’는 도스토옙스키 아저씨의 말이 옳았음을 인정하며, 문명인들은 아름다운 것에 말뚝박는 짓 따윈 하지 않지, 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얌전히 둘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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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에서 참선도 한 시간 하고 나오니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인류애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쩐지 울컥한 기분이 되어 소녀상 머리에 쌓인 눈도 털어주고 경건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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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횡단보도에서 흙탕물 봉변을 당했고, 거의 반사적으로 트럭 기사를 향해 sibaloma 가다가 D져버리라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참으로 얄팍하고 하찮은 인류애입니다.


3. 진포해양공원

항구도시에 왔으니 바다를 한 번 봐야겠다 싶어 찾아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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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있는 분들은 새만금로를 타고 선유도에 가서 물리도록 바다를 보실 수 있겠으나, 차가 없다고 바다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군산이 그렇게 꽉 막힌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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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뚜벅이가 보는 바다는 좀 좁고, 더럽습니다.

바다가 내륙으로 파고든, 만(灣)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바다는 바단데, 멀리 또 다른 육지가(장항읍) 보이고, 안 그래도 비좁은 물에 어선이 바글바글합니다.


지금껏 본 중에 가장 탁하고 꼴 보기 싫은 바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탁류’라는 소설이 탄생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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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저처럼 불평 많은 사람을 달래려고 탱크도 놓고, 선박도 놓고, 군함 안에 박물관도 만들어 그럴 듯한 공원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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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군함 안으로 들어가 뜬금없이 느닷없이 최무선의 화포 발명 역사도 공부했고, 그걸 영화로도 봤습니다.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원래 춥고 힘들면 그저 앉아있게만 해주는 것으로도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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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는 포구에서 왜가리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그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묻는 것 같아 ‘니가 뭔 상관이냐’며 괜히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해댔습니다.

없이 살아 자격지심이 좀 있는 편입니다.


4. 경암동 철길마을

여기도 군산의 대표 관광지이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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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오지 마십쇼.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쇠락한 철도산업, 망해버린 2차산업 단지를 체험한 기분입니다. 그 와중에 음악을 무슨 오르골을 틀어놔서 더욱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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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은 자신의 얼굴이 십수 년 동안 쇠락한 철도마을의 쫀디기와 함께 할 운명임을 알고 있었을까요? 이래서 쉽게 촬영을 허락하면 안 됩니다. 쫀디기 따봉이 웬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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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리서사

군산의 유명한 동네책방입니다.

제가 본 중 가장 예쁜 책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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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사장님께 친근한 척 말을 붙여서 최선을 다해 제가 해롭지 않은 사람임을 적극 어필한 후 촬영 허락을 받았습니다. 원래 사진 찍으면 안 되는 곳입니다.


친근함의 힘은 당연히 책을 사주는 데서 나옵니다.

국밥집 가면 돈 주고 국밥 먹고, 책방 가면 돈 주고 책을 사고. 라임이 탁탁 맞는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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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책,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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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넘기자마자 이 책이 제 군산 여행이라는 퍼즐을 완성해줄 마지막 한 조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 그리고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용기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도 굉장히 좋은 책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요, 데헷.


6. 보너스-역전종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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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재밌는 건 다 여기 모여 있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폭설로 인해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었고, 버스 시간이 다 되어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 원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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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가시는 분들, 저 대신 실컷 구경하셔서 제 원통함을 좀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거 제가 20일 저녁 6시부터 21일 오후 5시까지 여행한 내용입니다. 별로 많이 걷지도 않았습니다. 한 2만보? 하루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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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가 20일 저녁 6시부터 21일 오후 5시까지 먹고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렇게 많이 걷지도 않았습니다. 한 2만보? 하루면 충분합니다.


적산가옥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저렇게 활용하던 것이 군산만의 특별한 색깔을 만들었는데, 그게 무척 개성 있고 아름다웠습니다.

눈이 와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군산이란 도시 자체에 여행객들을 환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가서 환대받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다음에는 차를 사서, 음.. 그게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차 있는 사람을 섭외해서, 선유도를 꼭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탁류를 봤더니 너무나 청류가 보고 싶습니다.

내게 압도적인 바다를 달라!


아!

그리고 애초에 이 여행의 목적이었던 강의는,

일이 그렇게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심히 당황하였으나(소규모 학부생 강의인 줄 알았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울컥하기까지 했습니다.

KakaoTalk_20231223_133214778_17.jpg?type=w1 대형 강당에, 입간판까지 세워져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강의 내용은 글쓰기 공부 팁까지 정리하여 다음 포스팅으로 올리겠습니다.


군산,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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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30137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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