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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Dec 25. 2023

혼자 떠나기 최고의 여행지, 군산 - 볼거리 편

[노파의 글쓰기] 군산 여행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앞서 군산의 식도락편을 소개해드렸는데요,

https://brunch.co.kr/@nopa/294


오늘은 이어서 군산의 볼거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여미랑            

일제 강점기 적산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숙소입니다.


정원이 정말 예쁘고, 실내는 정갈한 다다미 방입니다. 

그러니깐, 무릎을 세우고 앉아 화투치기 좋은 방인 것인데, 이 정갈한 좌식 환경이 요즘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옛날 사람이라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드라이기 전선 튀어나온 것은 좀..)


다만 옛날 집이라 웃풍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특히 저는 맨 끝방에 묵은 탓에 블라인드 틈으로 외풍이 마구 들어와 특히 잘 때 코가 시려웠습니다. 그래서 히터를 틀었더니 건조해서 얼굴이 찢어졌습니다. 


특히 저는 맨 끝방에 묵은 탓에 블라인드 틈으로 외풍이 마구 들어와 특히 잘 때 코가 시려웠습니다. 그래서 히터를 틀었더니 건조함으로 얼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또 방음이 잘 안 되는데, 그래서 옆 방에서 하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그럴 땐 누가 누가 잘하나, 이기는 편 우리 편, 하면서 가만히 응원해주면 됩니다. 


찢어진 얼굴을 도로 잘 붙여서 복도로 나왔더니 창밖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아아.. 그 옛날 일본인들은 남의 땅에 쳐들어와서 이런 예쁜 풍경을 마치 제 것인 양 잘도 보고 있었단 말이지요? 참으로 개놈새끼들입니다.



웃풍과 건조함과 취약한 방음 빼고는 이곳의 모든 소박한 풍경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앉아서 저 혼자만 밝게 바래버린 툇마루도 좋았고, 복도에 나란히 걸려 있는 파리채도 정겨웠습니다. 


가격도 소박합니다. 제일 작은 방이 1박에 4만5천 원입니다. 


2. 동국사

역시 왜놈의 흔적입니다. 강점기 때 일본 승려가 지은 절인데, 한국의 사찰과는 전혀 다른 선과 형상을 지녔습니다. 


마치 검으로 베어낸 것처럼 깎아지른 듯한 처마의 선들이 뒤쪽 전나무숲의 포근함과 어우러져 정교하게 계산된 아름다움을 자냅니다.

사실 처음에는 적들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주겠다는 기세로 올라왔는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미가 세계를 구원한다’는 도스토옙스키 아저씨의 말이 옳았음을 인정하며, 문명인들은 아름다운 것에 말뚝박는 짓 따윈 하지 않지, 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얌전히 둘러보았습니다. 


법당에서 참선도 한 시간 하고 나오니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인류애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쩐지 울컥한 기분이 되어 소녀상 머리에 쌓인 눈도 털어주고 경건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횡단보도에서 흙탕물 봉변을 당했고, 거의 반사적으로 트럭 기사를 향해 sibaloma 가다가 D져버리라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참으로 얄팍하고 하찮은 인류애입니다.


3. 진포해양공원

항구도시에 왔으니 바다를 한 번 봐야겠다 싶어 찾아간 곳입니다. 


차가 있는 분들은 새만금로를 타고 선유도에 가서 물리도록 바다를 보실 수 있겠으나, 차가 없다고 바다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군산이 그렇게 꽉 막힌 곳이 아닙니다. 

다만 뚜벅이가 보는 바다는 좀 좁고, 더럽습니다. 

바다가 내륙으로 파고든, 만(灣)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바다는 바단데, 멀리 또 다른 육지가(장항읍) 보이고, 안 그래도 비좁은 물에 어선이 바글바글합니다. 


지금껏 본 중에 가장 탁하고 꼴 보기 싫은 바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탁류’라는 소설이 탄생했나 봅니다. 


다행히 저처럼 불평 많은 사람을 달래려고 탱크도 놓고, 선박도 놓고, 군함 안에 박물관도 만들어 그럴 듯한 공원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군함 안으로 들어가  뜬금없이 느닷없이 최무선의 화포 발명 역사도 공부했고, 그걸 영화로도 봤습니다.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원래 춥고 힘들면 그저 앉아있게만 해주는 것으로도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법입니다. 


나오는 길에는 포구에서 왜가리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그대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묻는 것 같아 ‘니가 뭔 상관이냐’며 괜히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해댔습니다. 

없이 살아 자격지심이 좀 있는 편입니다. 


4. 경암동 철길마을

여기도 군산의 대표 관광지이긴한데.. 

겨울에는 오지 마십쇼.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쇠락한 철도산업, 망해버린 2차산업 단지를 체험한 기분입니다. 그 와중에 음악을 무슨 오르골을 틀어놔서 더욱 무서웠습니다. 



이 여인은 자신의 얼굴이 십수 년 동안 쇠락한 철도마을의 쫀디기와 함께 할 운명임을 알고 있었을까요? 이래서 쉽게 촬영을 허락하면 안 됩니다. 쫀디기 따봉이 웬말입니까.


5. 마리서사

군산의 유명한 동네책방입니다. 

제가 본 중 가장 예쁜 책방이었습니다.


괜히 사장님께 친근한 척 말을 붙여서 최선을 다해 제가 해롭지 않은 사람임을 적극 어필한 후 촬영 허락을 받았습니다. 원래 사진 찍으면 안 되는 곳입니다. 


친근함의 힘은 당연히 책을 사주는 데서 나옵니다. 

국밥집 가면 돈 주고 국밥 먹고, 책방 가면 돈 주고 책을 사고. 라임이 탁탁 맞는 행동입니다. 


저는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책,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샀습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이 책이 제 군산 여행이라는 퍼즐을 완성해줄 마지막 한 조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 그리고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용기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도 굉장히 좋은 책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요, 데헷.


6. 보너스-역전종합시장


보아하니 재밌는 건 다 여기 모여 있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폭설로 인해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었고, 버스 시간이 다 되어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 원통했습니다. 


군산 가시는 분들, 저 대신 실컷 구경하셔서 제 원통함을 좀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거 제가 20일 저녁 6시부터 21일 오후 5시까지 여행한 내용입니다. 별로 많이 걷지도 않았습니다. 한 2만보? 하루면 충분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20일 저녁 6시부터 21일 오후 5시까지 먹고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그렇게 많이 걷지도 않았습니다. 한 2만보? 하루면 충분합니다. 


적산가옥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저렇게 활용하던 것이 군산만의 특별한 색깔을 만들었는데, 그게 무척 개성 있고 아름다웠습니다. 

눈이 와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군산이란 도시 자체에 여행객들을 환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가서 환대받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다음에는 차를 사서, 음.. 그게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차 있는 사람을 섭외해서, 선유도를 꼭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탁류를 봤더니 너무나 청류가 보고 싶습니다. 

내게 압도적인 바다를 달라!

 

아!

그리고 애초에 이 여행의 목적이었던 강의는,

일이 그렇게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심히 당황하였으나(소규모 학부생 강의인 줄 알았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울컥하기까지 했습니다. 

대형 강당에, 입간판까지 세워져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강의 내용은 글쓰기 공부 팁까지 정리하여 다음 포스팅으로 올리겠습니다. 


군산, 정말 좋았습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30137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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