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지한 얘기, 돈 되는 얘기, 자신을 계발하고 성장시키는 얘기… 이런 얘기를 안 하는 친구와 주로 만난다.
만나서 하등 쓸모없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요즘 글을 쓰고 있는데, 주인공이 167에 95kg이야. 근데 매일 밤 자신을 비싼 향수에 훈제시켜.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이.
그럼 진지하게 듣던 친구가 한참 눈알을 굴린다. 자기도 쓸데없는 얘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남자가 있어. 재벌 집 셋째 아들이지. 근데 어떤 여자한테 한눈에 빠져. 그래서 비행기 옆자리에 그 여자를 태우고 서울의 밤하늘을 보여줘.
비행기는 어떻게 모는데?
재벌 집 셋째 아들은 원래 다 몰 줄 알아.
그렇군.
근데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자기 어릴 때 집 나갔던 둘째 형이었던 거야.
여잔데?
그사이에 성전환 수술을 한 거지.
그래서 한눈에 빠졌던 거였군! 자기랑 닮아서!
이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는 양꼬치는 거들떠도 안 보고 집요하게 가지 튀김만 먹는다. 그러면서 내가 원래 중요한 ‘양’엔 관심이 없고 쓸데없이 ‘가지’나 뒤적이는 인간임을 깨닫는다.
이렇게 쓸데없는 것을 먹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 세상이 만만해 보인다.
그동안 별것도 아닌 것에 아등바등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만만한 세상을 대충 휘적이며 살면 되겠구나 싶다.
그래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아주 소중하다.
사실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은 대개 쓸데없는 것들이고, 쓸데없다고 말하는 것들이 오히려 중요한 경우가 많다.
토요일 밤에 이런 엄청난 세상의 비밀을 털어놓는 이유는 오늘이 첨삭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첨삭 또한 사람들은 쓸데없는 줄 알지만 실은 아주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말하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은 다 중요한 일이다, 라고 하는 꼴이 돼 버렸는데, 실제로 나는 중요한 일만 한다.
읽고 쓰고 먹고 걷기.
이 외에 중요한 건… 없지 않나?
물론 눕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아, 아이를 키우는 것도 엄청 중요한 일이다.
밥벌이도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이젠 진짜 없는 것 같다.
없다고 치자.
너무 길게 늘어놓는 것도 다 쓸데없는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