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젓가락을 선물해 줬다.
두 벌도 아니고 딱 한 벌만.
젓가락 선물 자체를 처음 받아봐서 그 의미를 생각해 봤다.
모르겠다.
모르겠어서 사 줄 거면 두 벌을 사 오든가 한 벌이 뭐냐고 했다.
“비싸.”
납득이 됐다.
비싼 녀석이니 케이스도 하나 마련해줬다.
마치 맞춤 양복처럼 딱 들어맞는 이 케이스는 2015년 2월 19일에 베트남 리조트에서 받아온 것이다.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신혼여행을 간 리조트이기 때문이다.
좋은 리조트였고, 좋은 젓가락이다.
그래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두 번째 남편이 생기면 도의상 버려주겠지만,
그럴 일이 없으므로 부러질 때까지 쓸 예정이다.
이 젓가락은 리조트에서 준 것보다 백 배쯤 더 좋다.
가볍고 예리해서 정교하게 집을 수 있다.
그 옛날, 방망이 깎는 노인이 만든 것만 같다.
장인의 젓가락.
이래서 비싼 걸 쓰는구나.
그러나 부자들은 이것이 좋은 건지도 모를 것이다.
나쁜 것을 써 본 적이 없을 테니.
그래서 스테인리스 막 젓가락을 40년 동안 쓴 경험은 매우 값지다.
좋은 젓가락이 들어온 기념으로 한 달 동안 매일 같이 메밀면을 삶았다.
먹을 때마다 젓가락에 감동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집안에 처박혀서 쓰는 고통밖에 없던 날들에 나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나의 기쁨.
나의 예술.
나의 젓가락.
그리하여 어이없게도,
지금 내 재산 목록 1위가 젓가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