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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Jun 13. 2024

호암미술관 여성 테마 불교 전시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1.


드디어 갔다.

쟈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갔다.

아스팔트가 절절 끓는 날이었다.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차 있는 귀부인들, 그들의 남편들, 스님들, 그리고 차 없는 광신도들이 다 쏟아져 나온 듯했다.


#2.


이번 전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금동관음보살입상, 이름하여 ’백제의 미소‘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1907년에 발굴됐다고 하니 빤하다.

일본인이 파간 것이다.

49억에 사겠다고하니 150억을 불러서

그냥 대여를 했다고한다.


훔쳐간 놈이 뻔뻔하기 이를 데 없으나 화를 낼 필욘 없다.

애써 앙갚음하지 말고 고요히 강물을 보고 있으면 녀석의 시체가 떠내려 올것이다, 라고 도덕경에 써 있다. 

불교에선 그걸 업보라고 한다. 


사실 오늘 본 많은 작품들이 그랬다.

전부 한국, 중국, 일본에서 만든 건데, 미국, 영국에서 모셔온 작품들이 많았다.

가만히 강물만 보고 있으면 되겠다. 


#3.

불상은 이 불상이 젤 좋았다.

뭔가 락 스피릿이 있어보인다.


#4.


그림은 이 그림이 가장 좋았다.

아름다웠던 인간이 죽어서 부풀고 썩어서 먹히다가 뼈가 되어 흩어지는 과정을 그린 그림이다.

적나라해서 좋았다.


원래 의도대로라면 썩어서 사라질 몸에 집착하지 않아야겠다, 하고 깨달아야 할텐데, 

어쩐지 몸뚱이 성할 때 성심성의껏 놀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몸이 있을 때 더 많이 놀고 싶다.


#5.


이것은 가장 황당했던 그림이다.

일본 에도시대 작품인데, 일본인이라 조선 여자 야마를 돌게 하려는 것인지, 듣도보도 못한 피웅덩이 지옥으로 나를 또 이를 갈게 했는데…


이 그림에 따르면 여자들은 죽어서 피웅덩이 지옥에 떨어지게 되는데, 이유인즉슨, 여자들이 살아 생전에 생리를 해서 땅에 피를 흘렸기 때문이란다.


아니 누가 들으면 여자들이 막 신나서 뿌리고 다닌 줄 알겠어!

그거 이미 벌받고 있는 겁니다. 

우린 이미 피웅덩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요!


다른 종교처럼 불교도 유구한 여성혐오의 전통을 갖는데, 주제가 여성이다보니 그런 부분을 발견하는 은밀한 재미가 있다.


불교의 가장 대표적인 여성 혐오는, 부처님은 분명히 여자도 깨달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후대에 오면서 여자 몸으로는 깨달을 수 없는 것으로 경전 내용이 교묘하게 바뀐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래서 태국이나 미얀마에는 아예 비구니(여승)제도가 없다.

그리하여 썩고 문드러지는 몸은 언제나 여자의 몸으로 그려진다.

그런 마음으로, 해탈이 되겠습니까?


#6.

그래도 좋았어요,

힙합 목걸이 연못도 있고.


#7.

가짜 다보탑도 있고.


#8.


연리지도 보았다.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9.

이거 엄청 잘 쓰지 않았습니까?

추사 김정희가 써서 그렇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전시였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이미 여름으로 건너와버렸으므로, 

차 없는 분들은 광신도가 아니면 권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광신도가 아니라서 그랬는지, 아주 힘들었습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47684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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