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를 현관 안으로 옮기자마자 바닥이 뚫리면서 내용물이 몽땅 쏟아졌다.
저녁 내 파스타 국물과 건더기와 그 안에 야무지게 섞여들어간 유리 조각들과 씨름했다. 많은 욕을 했다.
얘야, 니 인생엔 이런 일이 남들보다 자주 일어난단다. 39년 겪었으면 이젠 익숙해져야지.
예, 어머니.
나는 팔자의 여신에게 순종하며 바닥을 락스로 박박 문질렀다.
언제나 공주로 살고 싶었는데 늘 내 자신의 하녀처럼 산다.
다행히 락스 냄새를 좋아한다.
작은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