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나는 ESTP입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 트렌드에 맞춰 MBTI라는 걸 해보았다. 예전에 해봤지만 할 때마다 뭐가 나왔는지 까먹어서 사람들에게 제대로 말해주지 못했는데, 이제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INFJ다.
설명 중 맞는 것은,
투쟁 좋아하고, 인간성 중시하고, 검소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것.
틀린 것은 목소리 나긋나긋하고, 경청하고 격식 따지는 환경을 선호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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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보수적"인 것은 뭔지 잘 모르겠다. 기독교 우파 여성처럼 생겼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맞을지도 모른다. 우파여성처럼 깔끔하긴 한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애국 좋아하게 생겼다.
또 교회 다니게 생겼다는 말도 제법 들었다. 그게 어떻게 생긴 거냐고 물어도 제대로 답해주는 이가 없어 설명은 못하겠지만, 아무튼 종합하면 교회 다니는 국힘 지지자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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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찾아보니 INFJ는 이중인격자라며 싫어하던데, 그것은 큰 오해다. 이중인격자가 아니라 다중인격자다. 인격이 열두 개쯤은 되는 것 같다.
어젯밤에도 윗집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에 잠이 깨어 아이를 창밖으로 던지고 싶다가도, 아파트에 갇혀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것이 한없이 불쌍해지다가도, 그래도 밤에는 뛰지 말아야지 하며 근엄해졌다가 마지막에는 복수다, 하면서 법문을 크게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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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혐오와 약자 연민을 동시에 갖고 있고 인류의 행복을 빌다가도 8시 뉴스를 보면 모조리 죽이고 싶다.
앞에서는 ‘그럴 수 있지’ 하며 인자한 척 굴다가 돌아서면 차단하고 안 만난다.
이제 누가 MBTI 물어보면 ESTP라고 해야겠다.
쓰면 쓸수록 싸이코패스 같아서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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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EST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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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65387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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