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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에세이] 해남 9일 차.

역대급 빌런과 매생이를 사랑한 돌

by NOPA

20250513 해남 9일 차


#1.

역대급 빌런을 보았다.


60대 여성이 급하게 카페로 들어오더니 미리 주문해둔 바닐라 커피를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얼음물 한 잔만 얻어갈 수 있냐고 했다.


사장이 아이스 커피 컵에 얼음과 물을 담아줬더니 여자는 내려놓은 커피가 있으먼 컵에 좀 담아 달라고 했다.


사장이 내려놓은 커피는 없다고 하자 왜 커피 하나 안 내려놓냐고, 이럴 때 손님한테 내려놓은 커피 하나 씩 주면 얼마나 좋냐고 화를 냈다.


사장은 그냥 원두를 뽑아 드리겠다고 했다. 여자는 아유, 괜찮은데, 하면서 잔을 내밀었고, 사장은 거기에 샷 하나를 내려줬다. 여자가 그 컵을 들다가 카운터에 홀랑 쏟아버렸다.


아유 이걸 우짜노, 미안합니데이. 하나만 더.


결국 사장은 두 번째 샷을 내려줬고 여자는 또 올게요~라는 말 한마디로 이 모든 불편과 민폐를 퉁치고 쏜살같이 떠나버렸. 미끈하게 빠진 제네시스를 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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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그지그지 상그지.


내가 침팬지였다면 당장에 똥을 싸서 던졌을 텐데. 던지면서, 내려놓은 커피 여깄다 처먹어라! 했을 텐데. 사람이라 그러지 못했다.


그치만 그쪽도 사람처럼 옷 입고 다니면 최소한 커피 한 잔 값은 냈어야지. 돈 내기 싫으면 첫 번째 커피 쏟았을 때 도망갔어야지. 어떻게 거기서 또 하나 내려달라고 서 있냐.. 망할 할망구. 그냥 집에서 맥심이나 타 드쇼.


카페가 이렇게 번듯하게 차려입은 드런놈들이 우후죽순으로 출몰하는 곳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러나 사장님은 흉 한 번 안 보고 묵묵히 대걸레를 가져와 카운터 바닥을 닦고 치운다. 눈물이 난다.


사장님 진짜 보살이시군요, 했더니 얜 또 뭔 소리 하나, 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이내 깔깔깔 웃는다.

아이 러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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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의 바다.

할머니들이 해안가에서 등 구부리고 뭘 하고 계시길래 가서 봤더니 미역을 줍고 계셨다. 어제보다 바다가 더 물러나 있어 미역과 매생이가 지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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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를 몸에 새긴 돌도 봤다. 얼마나 좋아하길래!


돌 중에 예쁜 것 세 개를 주웠다. 매일 주워와서 예쁜 콘테스트를 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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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마을 풍경.

내륙에서는 아무 데서나 고추를 널어 말리듯 바닷가에서는 아무 데서나 미역을 널어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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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식사.

전복 물회와 군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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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사 패턴이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 이상하다.


아침엔 주로 계란과 빵과 샐러드와 중국산 오징어를 먹고, 점심엔 산길을 한 시간 걷고 와서 보물섬이나 진솔이네서 회덮밥이나 물회를 먹고,


집에 들어가서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 후 카페로 가서 라떼와 붕어빵을 먹는다. 여기서 먹은 붕어빵이 서른 마리는 넘는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엔 편의점에 들러 내일 아침에 먹을 샐러드와 샌드위치, 계란 따위를 사서 들어간다.


들어가선 러시아산 황태 껍질 튀각이나 머거본 땅콩(역시 중국산)을 먹는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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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 9일 차

숙박 55,000

전복물회 20,000

군고구마 5,000

연유라떼 + 붕어빵 8,000

계란, 샌드위치 6,800


***

운동 9일 차

다리 들어 올리기 108번

스쿼트 200번

걷기 10,0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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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86343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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