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6일차
오늘은 12시간 동안 첨삭하느라 하루 종일 방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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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사장님이 오늘은 왜 로비에 안 나왔냐고, 어디 아픈 거냐고 물었다. 그래서 토요일은 종일 방에서 일한다고 알려줬다. 이제 그는 나의 일주일 생활 패턴을 전부 꾀는 사람이 되었다.
그대는 나의 제거 대상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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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진솔이 네서 일반 물회를 먹었다. 진솔 씨가 “며칠 묵으시나 봐요” 하면서 서비스로 생선튀김을 줬다. 진솔씨의 아내도, 안녕하세요? 하면서 알은체를 했다.
우리 숙소 청소 담당인 키르키즈스탄 출신 지현씨도 거기서 서빙하고 있었다. 가끔씩 진솔이네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사실 이제 이 동네 사람이 다 나를 안다.
내가 6일째 오렌지 색 등산 자켓을 입고 매일 만4천 보씩 동네를 휘젓고 다녔기 때문이다.
어제 처음 간 편의점에서도 “여기 며칠 묵으시나 봐요? 어제 봤어요”라고 했다.
3일 차까지는 “혼자 오셨나 봐요?”라고 묻는데 4일 차부터는 “여기 며칠 묵으시나 봐요?”로 질문이 바뀐다.
왜냐면 그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땅끝마을에 온 사람들은 거의 하루만 머물다 간다.
그러나 나는 벌써 6일째다.
앞으로 열흘 더 있을 예정이다.
그러니 나를 명예 땅끝마을인 시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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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이네서 누나 생일잔치가 있었다.
횟집 사람들은 생일 때 뭐 먹나 했더니 남의 가게에서 백숙을 사다 먹었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남동생이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진솔이, 진솔이 누나, 진솔이 조카, 지현 씨까지 동생을 애타게 찾았다.
대체 그는 어디로 간 걸까.
나까지 너무 궁금했다.
그는 백숙 집에 있었다.
사 갖고 온 백숙 국물이 너무 적다고, 국물을 더 가지러 갔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진솔이를 포함한 모두가 “워매...” 하며 혀를 내둘렀다.
마침내 진솔이 동생이 돌아왔을 때 누나가 “참말로 희한한 사람이다이”라고 외쳤다. 서울말로 번역하면 “너 정말 미친놈이구나”라는 뜻이다.
전라도에서는 미친놈이긴 한데 아직 애정이 있을 때 “희한하다”라고 표현한다.
그대는 희한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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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해남에 오고 처음으로 국밥을 먹었다. 7시도 안 된 시간부터 남의 내장을 질근질근 씹어먹었다.
굉장히 맛있는 내장탕이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라도 맛은 아니었다. 이것은 좀 위쪽 동네 맛인데. 경기도 쪽?
무슨 차이냐 하면, 위쪽 동네는 앙!하는 것 같다면 전라도 국밥은 웅~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같은 매운맛이어도 경기도 국밥은 빠르게 뺨을 때리는 것 같다면 전라도 국밥은 묵직하게 아랫배를 치는 것 같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어쩔 수 없다.
희한한 사람.
아니나 달라, 사장님이 경기도 분이라고 하였다. 이제 나는 국밥의 달인이 되었다.
참고로 소머리 국밥은 곤지암 리조트 앞에 최미자 소머리 국밥이 제일 맛있다.
소고기무국은 군산 그 집이 제일 맛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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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6일차
숙소 55,000
내장탕 11,000
땅콩, 주스 9,200
물회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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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6일 차
다리 들어 올리기 108번
스쿼트 230번
걷기 31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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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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