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밤의 숲길, 반말 찍찍이
#1.
오늘은 첨삭 10시간 한 날.
어제 갔던 등대식당에서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아 어제 먹은 멍게 회덮밥을 먹었고, 카페에서는 집안 행사 때문에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하여 쫓겨났다.
맨날 나 빼고 자기들끼리만 재밌는 거 하지.
첨삭을 하느라 산책을 저녁 어스름이 질 때 했다. 비 온 후 숲에서는 정말 좋은 냄새가 난다. 그 냄새를 맡으러 갔다.
물론 어두운 숲길을 걷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나를 마주친 상대방도 무서울 것이다. 어차피 서로 무서운 일이니 그저 구텐탁씨한테 안위를 의탁하며 한 발씩 나아가면 된다.
다행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아서 나무들이 뿜어내는 산소를 탐욕스럽게 혼자 다 들이마셨다. 바닷바람이 흐뜨러놓기 전에 습습후후.
지금 나의 폐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숲의 제왕이 되었다.
#2.
권사님 그러면 안 돼. 그렇게 막 강요하고 그러면 안 돼. 여기 흰밥을 먹고 싶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거 왜 먹냐고 하면 그 사람이 뭐라 그러겠어?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하지 않겠어? 하나님이 다 알려주셔, 그러니까 그러면 안돼.
남자가 하도 고압적으로 말하길래 그쪽 테이블을 얼핏 봤더니 얼굴이 자글자글한 노파가 비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딱해서 대체 뭐 하는 자인가, 하고 얘기를 들어보니 목사였다. 얼굴을 보니 남자는 여자의 아들뻘도 안 돼 보였다. 기껏해야 내 또래?
뭐 저런 이준석 같은 사람이 다 있나(준석이는 나와 동갑이다). 그대는 신의 종인데, 왜 노파가 신에게 보내는 존경과 권위를 그대의 것인 양 누리나.
반말하는 성직자에 대한 강한 편견이 있다. 스님들 중에도 많다. 목사님 목사님, 스님 스님, 하니까 자기가 예수고 자기가 부천 줄 알지.
전부 산으로 들어가서 10년은 면벽 수행해야 한다. 저 자신도 제도가 안 됐으면서 무슨 중생을 제도한다고. 반말이나 하지 마라.
#3.
웬일로 고양이들이 도망을 안 가고 자리를 지키나 했더니 비빕밥 파티 중이었다. 얼마나 맛있는지, 냥냥냥 소리를 내면서 먹었다. 하도 냥냥 거리길래 그거 매울 텐데? 했더니 “맛있네”라고 답했다. 진짜 저 고양이가 “맛있네”라고 했다. 영상으로 찍지 않은 게 원통할 뿐이다.
#4.
오늘의 바다.
밤바다는 처음 봤다.
짙은 파랑색의 황홀함.
저 밑에도 또 하나의 세상이 있겠지?
#5.
오늘의 식사
두 끼 먹기 버거워서 다시 붕어빵으로 돌아갔다.
그랬더니 저녁 시간에 출출해서 사과 다섯 개와 크래미 초밥, 그리고 찹쌀떡을 샀다. 사과가 만 원이었다.
제길. 국밥 먹을 걸.
다섯 개의 사과 중 세 개를 숙소 프론트 데스크에 올려놨다. 사장님과 사장님의 딸, 그리고 지현씨랑 하나씩 나눠 먹으려고. 하지만 나는 두 개지.
해남에선 전복이 흔한 대신 과일이 귀하다.
**
가계부 13일 차
멍게회덮밥 15,000
자몽주스+붕어빵 9,000
사과, 크래미초밥, 찹쌀떡 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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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12일 차
다리 들어 올리기 216번
스쿼트 200번
걷기 10,0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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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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