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찬물 샤워를 했다.
스쿼트를 240번 했기 때문이다.
스쿼트를 하면 열이 뻗친다.
겨울에 도시 가스를 덜 쓰는 가장 건강한 방법인 듯하다.
대신 살은 안 빠진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오히려 체중을 증가시킨다.
그렇다고 늘어난 몸무게가 꼭 증가한 근육량을 뜯하진 않는다. 그냥 요즘 내가 빵과 치즈와 시럽을 잔뜩 넣은 말차라떼를 많이 먹었음을 의미할 뿐이다.
탄수화물을 다량 섭취하는 이유는 요즘 소설을 다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펼쳐본 내 이야기에 스트레스가 뻗쳐서 스쿼트를 200번 하고 다리 들어올리기를 150번하고 9천보씩 걷는다.
그러다 다른 소설가의 비린내 풀풀 풍기는 첫 작품이 읽고 싶어 박완서의 <나목>을 읽었다가 머리를 더 쥐어 뜯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다섯 아이를 키우면서, 첫 작품으로쓸 수 있는 거지?
글 쓰는 사람들은 나 빼고 다 천재다. 모조리 다 사라져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돌아가셨다. 뭔가 패악을 저지른 기분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원래 재능으로 하는 게 아니다. 글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쓰고 있는 내가 너무 좋아서. 평일 아침부터 스타벅스에 가서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되니까. 그러니까 마흔이 다 된 나이에 꾸역꾸역 이 판으로 들어와서 밥벌이도 안 되는 소설을 3년 째 붙잡고 있지.
오늘은 사과 5킬로가 왔다. 5킬로까진 안 되는 것 같은데 9,900원에 득템했으니 넘어가기로 한다.
내일은 당근 3킬로가 올 것이다.
냉장고에 계란도 서른 개나 있다.
호밀빵도 한 덩이 샀다.
사실 내 안의 결핍은 문장인데, 완전하고 충만한 문장, 그게 안 되니 자꾸 먹을 것을 사 나른다. 내면의 허기를 음식으로 채우려고. 채워지겄어? 살이나 찌겄지.
나도 이소룡이 연기하는 것처럼 살고 싶다. 대충대충. 소리나 지르면서.
내년 사주엔 도화살이 꼈다고 했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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