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탐조 견학을 다녀왔다. 새를 보러 가는 날이라 아침을 먹을 때도 식탁 위에 새를 올려두고 먹었다.
참고로 나는 아침을 안 먹으면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아침 안 먹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좀 무섭다. 어떻게 그런 가혹한 자기 학대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장항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서 고양시에서 탐조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적극 홍보 중인데, 고양신문 카르텔에 소속돼 있어서 운 좋게 다녀왔다.
관광버스로 장항습지 생태관과 나들라온, 행주나루와 행주산성 일대를 다니며 해설사의 설명도 듣고 망원경으로 직접 새도 봤다.
심지어 해설사님이 재두루미 춤도 춰주신다. 진정으로 새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참사랑이 없는 사람은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게 새를 사랑하지 않는 자신에 관한 부끄러움 같지는 않았다.
오늘 프로그램의 화룡정점은 버드케이크 만들기!
밀가루 반죽에 견과와 열매를 넣어 솔방울에 덕지덕지 붙이면 완성이다.
새 모양 키링도 만드는데, 내가 뭘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 오목눈이를 만들고 있었는데… 꼴 뵈기 싫어서 책상 위에 대충 던져놨더니 이젠 무서워졌다.
행주나루에서 사람들이 망원경을 끼고 열심히 탐조하는 사이 나는 열심히 그네를 탔다. 제일 좋아하는 신발을 신고와서 강물을 배경으로 신발을 좀 보고있고 싶었다. 이렇게 시간을 죽이는 순간이 참 좋다.
프로그램의 피날레는 행주산성에 가서 내가 만든 버드 케이크를 나무에 걸고 새가 모여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박새와 어치 같은 작고 예쁜 새들이 날아들어 우리가 차려놓은 밥상을 부지런히 먹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런 새들이 귀엽다며 탐조했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귀여워 탐인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생각보다 귀엽다.
먹이를 먹으려고 귀여운 새들이 모여들자 역시 먹이를 먹으려고 맹금류들도 나타닜다. 귀여움의 시간은 끝났다.
원래 귀여움은 인간들이 저 좋자고 만들어낸 환상이고, 실상 새들은 피 튀기는 생존 전쟁 중이다. 큰 새도 박새를 잡아다가 잘게 찢어서 새끼를 먹여야하는 것이다. 생존에 귀여운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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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는 원래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이런 서릿발 같은 군사시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저 초소에서 보초병들이 북한군 두 명을 사살했다고 한다. 죽인 군인도, 죽은 군인도 모두 스무살 안팎이었다. 생존에 귀여운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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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이 나를 다른 고양신문 필진들에게 소개해줬을 때 다들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고 하셔서 또 궁금했다. 대체 사람들은 내 글을 보면서 나를 어떤 모습으로 그리는 걸까.
나 뿔 안 달렸다.
눈도 딱 두 개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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