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혹사 후 콩나물해장국 만들기

by NOPA


몸을 좀 혹사시켰다.

퇴고는 역시 괴로운 일이라 잔뜩 오른 예민함을 풀기 위해 몸에다 화풀이를 했다. 원래 108번 씩 하던 복근 운동과 스쿼트를 각각 150번, 200번으로 늘렸다. 엊그제는 250번을 했다. 그런 후 찬물 샤워로 마무리를 했다. 나는 살아 있다, 암 얼라이브.


바로 부정출혈이 왔다. 코피도 났다.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 혹사시켰더니 어제는 급체를 했다. 원래 퇴고할 땐 속이 좋지 않은데, 오븐 구이를 덜 익혀 먹었더니 고작 그까짓 것에 탈이 났다.



먹는 순간에도 뭔가 좋지 않다고 느꼈지만 그냥 먹었다. 요즘은 혹사 무드니까. 설거지를 하는데 땅이 기우뚱하는 듯싶더니 이내 몸 속에 불이 난 것처럼 열이 올랐다. 설거지를 하다말고 바로 화장실로 튀어갔다.


토를 하고 설사를 했다. 위아래로 바빴다. 언제나 느끼지만 장이 뒤집힐 땐 이것이 죽음에 가장 가까운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모든 체내 시스템이 엉망이 되어 방금 전까지는 몸안에서 불붙은 것처럼 덥더니 지금은 오한이 들어 온몸이 벌벌 떨린다.


무엇 하나 제대로 통제되는 게 없다. 그래서 예전엔 배 아픈 게 가장 싫었는데, 요즘은 이런 고통의 맛을 조금 느낀다. 그러니까, 죽을 때 이 정도로 아프면 된다는 거지?


그러나 죽을 병이 아니어서 쓰러지지도 않았고, 쓰러진다고 누가 설거지를 마저 해주는 것도 아니어서 벌벌 떨리는 몸을 씻고, 벌벌 떨며 설거지를 마저 하고, 바들거리는 팔다리로 <나목>을 챙겨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끝. 이젠 온전히 아프기만 해도 된다. 마침 <나목>에서도 엄마가 아파서 죽는 장면이 나온다. 아. 더 아파야 죽는구나, 이 정도론 어림도 없구나.



*

오늘의 교훈.

- 덜 익힌 음식은 먹지 말 것

- 네 몸으론 스쿼트 150까지만 가능

- 급체로는 안 죽음. 다만 복통이 심하고 다음 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픔. 그래도 여러모로 장염보다는 낳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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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체한 다음 날 저녁에 먹기 좋은 음식(아침 점심은 죽 먹을 것), 콩나물 해장국을 만들어보자!(장염이면 3일 동안 죽 먹을 것)


-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부어 황태채를 한 줌 잘라서 넣는다.(나는 명태포도 있어서 넣었음)

- 간장1, 국간장1, 고춧가루를 조금 넣는다.(새우젓 있으면 한 술 넣으면 좋지)

- 팔팔 끓인 후 콩나물과 대파를 넣고 3분 더 끓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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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411348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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