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식충식물 키우기와 GMO콩의 최후

by N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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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생일들 모임이 있어서 선물로 식충이 두 뿌리를 챙겨갔다.


실은 언젠가 언니가 나의 식충이 이름을 묻길래 필요한가 싶어서 만나기 며칠 전부터 잼 병을 닦아 준비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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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충식물 이름은 '벌레잡이 제비꽃'이다.


3년 전에 일산으로 이사오면서 쓸쓸해서 한 뿌리 들였다.


포유류를 들이기는 부담스러워서 가장 포유류에 가까운 반려 식물을 들인건데, 이파리도 통통하고 한 번씩 보라색 꽃도 피워주고 별말이 없어서 함께 지내기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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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뿌리가 지금은 열다섯 뿌리로 늘었다. 이파리 하나 떼서 흙 위에 꽂아두면 오밀조밀하게 작은 잎들이 돋으며 금방 한 뿌리로 자라나 개체를 늘리기 정말 쉽다.


생식도 이렇게 쉬운데, 키우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대파 옆에, 깻잎 옆에 한 뿌리 툭 놓아두면 고요하게 날파리를 잡아먹으며 알아서 산다.


해가 좋은 날엔 연두색 잎사귀를 반짝반짝 빛내며 화분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배부른 강아지 같아서 정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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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해남에 가 있는 동안 한 뿌리도 안 죽고 다 살아남은 녀석들이다. 이토록 강한 녀석도 죽이는 손이라면, 무엇도 키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언니와 동생은 식물도 키우고 아기도 키운 사람들이니까 잘 키우겠지.


옆에 두고 꽃도 보고 벌레 녹여 먹는 모습도 보면서 오래오래 키우시길. 나중에 그대들 장례식에서 육개장에 소주를 말아먹고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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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챙겨온 돌도 선물했다.


저래 봬도 나름의 엄격한 콘테스트에서 살아남은 미돌들이다. 책상에 두고 보면서 땅의 끝과 바다의 시작을 생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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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심은 적도 없는데 알아서 태어나 살고 있던 식물의 정체는 콩이었다. 콩 뜬 물을 부어줬더니 거기서 콩이 흘러갔나 보다. 흰 콩 같다. 귀엽다.


상추 옆에선 검은 콩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속도가 너무 거침없어서 좀 징그럽다고 느끼던 중이었다. 어느 날 보니 콩이 내 상추를 밀어내고 혼자 우뚝 솟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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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분명 정신병자라며 검은 콩이 담긴 봉투를 찾아 원산지를 살펴보았다. ‘캐나다’라고 쓰인 라벨이 덧붙여져 있었는데, 손톱으로 라벨을 벗겨내니 봉투에 ‘미국’이라는 두 글자가 인쇄돼 있었다.


그 나라는 몬스터와 비슷한 이름의 회사가 자국의 모든 씨앗을 GMO 괴물로 만드는 중이다. 미국 콩으로 만든 모든 것은 먹지 않는다.


더러운 GMO!

당장 뽑아서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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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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