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서울시에서 간단한 일을 하나했는데, 이번에 그 후속 작업도 해줄 수 없느냐고 연락이 왔다.
해줄 수 없었다. 질 낮은 집중력을 겨우 짜내며 마지막 퇴고를 하는 중이었다. 고작 보름 정도 쓸 시간이 남았는데 페이지마다 걸리는 문장들이 있어 매일 머리를 쥐어 뜯는 중이다. 원래 오늘 춘천으로 명상 법회를 가려던 것도 취소했다.
미안합니다. 공모전 마감이 있어서요.
그랬더니 다른 프리랜서를 소개해달란다. 아이 참 귀찮게도 하지, 하면서 페이를 알려달라고 했다. 12만 원이라고 했다. 한 시간 후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오늘 한시간 20분 걸려서 시청에 갔고, 한 시간 동안 베타 테스트를 했고, 다시 한 시간 20분 걸려서 집에 오는 중이다.
3시간 40분만에 12만 원이라니. 내가 첫 문장 수업으로 십만 원을 벌려면 책상 앞에 몇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는지 압니까.
이런 거 또 있으면 앞으로도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연락달라고 했다. 어차피 반나절 못 썼다고 붙을 게 떨어지진 않는다.
꿈처럼 불확실한 걸 두 달간 잡고 있다가 확실한 12만 원을 손에 쥐니 그렇게 기쁠 수 없다. 이토록 확고한 즉물성의 기쁨.
마침 듣고 싶은 명상 수업이 14만 원이라 비싸당, 하고 있었는데 그걸 들어야겠다.
그러고 보니 오늘 명상 법회를 취소한 결과가 2박3일의 유료 명상 수업으로 이어졌다. 결국 그걸 위해 이 모든 우연이 벌어졌던 걸까.
그렇다면 불확실한 소설가 따위 필요 없어.
확실한 도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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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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