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많이 보는 손이다. 조성진의 손이다. 보고보고 또 본다. 어쩜 손도 이렇게 예쁠까.
세상엔 조성진보다 잘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임윤찬처럼 매력적인 연주자도 있지만, 내게 피아니스트는 언제나 조성진이다. 그는 즉시 몰입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신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얼굴. 그토록 아름다운 것 속에 있다는 게 견디기 어렵다는 얼굴. 그 완전한 몰두와 몰입에 설득당한다. 그가 옳다! 이게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다!이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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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라는 거, 쥐뿔 모른다. 그저 조성진의 얼굴만 볼 뿐이다. 18살에 몰두하는 모습, 11살 때 몰두하는 모습.
가장 좋아하는 모습은 스물두살에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칠 때 몰두하는 모습이다.
https://youtu.be/CiZQUOKut-4?si=snZSq99nXhbbxIdA&t=66
17살 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치고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년 동안 치지 않은 곡이라고 했다. 확실히 그때 영상을 보면 주변 연주자들의 소리를 잘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연주에 맹렬히 몰두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 정도 경지까지 몰두할 수 있는 힘은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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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어 확실히 쇠퇴했다고 느끼는 것은 집중력이다. 소설 한 편을 다 보는데 한 달 반이 걸렸다. 좀처럼 몰두하지 못해서 바닥에 깔린 빛을 보고, 명상을 하고, 향을 태웠다. 그리고 성진의 손을 봤다.
너의 손을 보는 시간만큼은 집중하지 않는 내가 서럽지 않았다. 너를 노리는 늑대같은 년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아줌마가 지켜줄게.
성진은 이미 결혼했다. 그의 부인은 피아노다.
그러니 썩 꺼져라, 이 마귀 같은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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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어딘가에 정병터널이 있다고 들었다. 터널은 매우 길었다. 나는 그 터널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지나가도록 그저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 수동적이니까. 기다려라, 내가 정병에게로 간다.
일단 차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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