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비하인드

박준 시인 강연 후기

by NOPA


친한 작가님 덕분에 창비에서 박준 시인 강연에 참석할 수 있었다. 맨 앞자리에 앉자고 했다. 시인 얼굴을 맨앞에서 보는 게 좋으니까.



다만 강연을 보기 전에 작가님과 6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고, 오늘은 추웠고, 원주여고 강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미친듯이 졸았다.

원주여고에서 아이들을 깨우지 않은 공덕으로 누구도 내 잠을 방해하지 않아 푹 잤고, 잠이 깼을 땐 마치 한 번도 잠들지 않았던 것처럼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물개 박수를 쳤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아무도 내가 잔 걸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라고 안심하는데 옆자리에 앉은 작가님께 볼펜으로 이마를 맞았다. 시인이 자꾸 내쪽을 쳐다봤다고 했다. 원주여고에서의 복수를 시인에게 한 셈이었다. 미안합니다.

문제의 볼펜


그나저나 시인이 어쩜 저렇게 말도 조리있게 잘하나, 했더니 창비에서 10년이나 일한 편집자라고 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라는 대표작도 자서전 작가를 하던 시절에 쓴 시라고 했다. 진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먹고 산 이야기를 쓴 시였다. 사랑신 줄 알았더니 노동시였던 것. 묘하게 배신감이 느껴졌다.


나보다 더 사회화가 잘 된 시인을 보는 것은 매우 생소하고 조금은 환상이 깨지는 경험이었다. 시인이니 말도 못하고 밥벌이도 잘 못할 줄 알았지, 10년차 직장인에, 강의와 자서전 작가로 거뜬하게 밥벌이를 해내는 프로 생계인일 줄은 몰랐다.


아무튼 기운이 좋은 곳이었다.

출판사에 들어서자마자 ‘할매’, 두 글자를 거대한 사이즈로 볼 수 있었으므로. 꼭, 노파님 어서 오십셔 하는 것 같았으니까. 참고로 이곳은 내가 얼마 전에 장편소설 원고를 보낸 출판사다.

오냐, 할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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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4171767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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