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산행 : 월출산] 초본데 혼자 월출산 등반해도 괜찮을까?
20260316. 해남 16일차
#1. 운전 초보는 필독!
얼마 전엔 우리나라 3대 악산이라는 월출산에 다녀왔습니다. 해남에 오갈 때마다 영암 부근에서 우뚝 솟은 기암괴석을 보며 저건 대체 무엇이냐, 내 반드시 오르고 말리라, 라고 다짐했던 산입니다.
그러나 해남에서 버스로 가는 길이 영 고약해서 지금껏 원을 풀지 못했는데, 이제 드미뜨리가 있으니 벌벌 떨면서 영암으로 출발했습니다. 운전은 여전히 못합니다. 잘 할 리가 없습니다. 왜 저 차는 나랑 나란히 갈까, 했더니 역주행을 하고 있던 적도 있고, 주차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운전 잘하는 이들도 중앙선 따윈 반쯤 걸치고 다니는 게 시골길인지라 경적 한 번 안 울리고 알아서 피해 가십니다. 고맙습니다, 시골인들이여,
하지만중앙선은 생명선! 세상의 모든 초보들이여, 목숨 걸고 외우십쇼!
자동차는 우측통행, 우측은 오른손!
#2. 산행 전 영암 하나로마트 출입 금지
문학관에서 아침 7시 반에 출발했으나 등산로에 들어선 시각은 10시 45분입니다. 장갑이 없어서 월출산 근처 하나로마트에 사러 갔다가 한 시간 넘게 장을 보고 말았습니다. 냉이가 한 봉지에 3천 원도 안 하고, 호박도 대물이 2천2백원 입니다. 2천 원짜리 장갑 사러 갔다가 5천만 원어치 쓰고 나왔습니다.
참고로 장갑은 산행 필수품입니다. 꼭 구비하십쇼!
#3. 너무 늦은 산행, 괜찮을까?
그러다 보니 국립공원 산행을 11시가 다 된 시각에 시작했습니다. 해 지기 전에 천황봉을 무사히 찍을 수 있을까?
천황사도 들르고, 구름다리도 건너고, 점심도 먹고 간식도 먹고, 온갖 것에 다 참견하며 다녔는데도 오후 4시 25분에 하산 완료했습니다. 총 다섯 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걸음이 빠르고 목표지향적인 분들이라면 다섯 시간도 안 돼 내려올 수 있습니다.
#4. 월출산 난이도
가장 볼거리가 많고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라는 천황사 코스를 올랐는데, 눈 쌓인 설악산과 지리산 돌계단에 비하면 정말 순한 산이었습니다. 네 발로 올라가는 구간도 없고, 로프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구색 맞추기 같고, 오직 가파른 계단이 고통스러울 뿐, 험악하고 위험천만한 구간은 없었습니다. 북한산 백운대 코스보다도 순한 것 같습니다.
체력 소모는 적은 데 비해 풍경은 숨이 멎도록 아름답습니다. 왜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하는지, 이렇게 규모가 작은 데도 어떻게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지, 몇 걸음 오르지 않아 모든 의문이 해소됩니다. 정말 예쁜 산이고, 붉은 구름다리는 그야말로 명물입니다.
나를 그렇게 괴롭게 하지 않으면서 오르는 내내 절경을 구경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지껏 가본 산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정비도 잘 돼 있어 경치가 좋은 곳마다 데크가 깔려 있고 의자와 테이블도 많아 어디서든 절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5. 관종들을 위한 나홀로 산행
여자 혼자 산에 가면 그렇게들 신기해합니다. 어느 산을 가도 그렇습니다. 남자한텐 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자고 관종이라면, 꼭 산에 혼자 가시기 바랍니다. 내 안의 관심 욕구를 온전히, 아니 넘치도록 채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산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지역별, 연령별로 관심을 드러내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먼저 경상도 분들은 너무나도 걱정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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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인의 관심
경상도인들은 유랑을 좋아하여 산에는 언제나 경상도 인구가 가장 많은데, 그들은 혼자 다니는 법이 없습니다. 대부분 전세 버스로 와르르 오시는데, 그들이 보기엔 혼자 비적비적 산을 오르는 저는 너무나 위태로워 보입니다.
그래서 아가씨 혼자 어떻게 이 위험한 델 혼자 왔냐고, 누구랑 같이 다니지 대체 왜 혼자 오냐고, 지금 밥 먹고 있는 거냐고, 얼른 먹고 내려가라고,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무쟈게 잔소리를 하십니다.
이번에도 정상에서 자리 깔고 앉아 느리게 빵과 우유를 처묵처묵하며 산마루를 보는데, 얼른 먹고 내려가라고, 호랑이가 물어간다고 하셨습니다. 마흔 넘은 여자한테 호랑이로 겁을 주다니.. 참고로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를 굉장히 어리게 봅니다. 여러모로 등산을 권장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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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들의 관심
두 번째는 할아버지 그룹입니다. 이쪽은 그저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산에 혼자 다니는 젊(지 않)은 여자를 너무나 이뻐하십니다. 이번에도 어디서 왔느냐고, 해남엔 왜 머무는 거냐고, 작가냐고, 이야, 역시 작가님이라 다르시고만, 하면서 온갖 탄사를 쏟아냅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분들을 다시 뵀는데, 제가 등산로에서 벗어난 사잇길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거긴 왜 갔느냐고, 그냥 길이 있길래 간 거였냐고, 역시 작가님이라 개척 정신이 남다르시구먼! 하며 저를 마구 띄워주셨습니다.
사실은 오줌 싸러 간 거였는데, 졸지에 개척 정신이 남다른 작가가 돼 있었습니다. 사기꾼이 된 것 같아 얼른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이 대단한 작가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는지 할아버지들은 아껴 먹던 귤 반쪽과 호올스 한 봉지를 꺼내 제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이토록 다정한 어르신들이라니.. 그러나 저는 개척 정신이 남다른 작가가 아니라 그냥 오줌싸개입니다. 죄송합니다. 속이려던 의도는 없었습니다. 영암군에도 죄송합니다. 개들한테 배운 대로 흙으로 잘 덮어두고 나왔습니다. 아무튼 죄송합니다.
# 6. 월출산 산행 한 줄 후기
사람들은 다정하고 경치는 끝내주고 너무나 근사한 산행이 보장되는 곳! 단, 바위산이라 도가니 통증은 피할 수 없다.
ps.
돌아오는 길엔 저도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느닷없이 해안가로 차를 틀어 낙조를 구경했습니다. 주차는 역시 개떡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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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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