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이어 다시 한번 개인 카페의 원두를 주문했다. 스타벅스 하우스원두는 이제 잊혔다. 지인 추천으로 주문해본 원두가 원체 만족스러웠던 게 이유다. 평소엔 절반가량 남기는 아메리카노를 30분 만에 홀짝홀짝 다 마셔버렸었으니 말이다. 식후 입안의 텁텁함을 쓴맛으로 씻어내기 위해 마셨던 커피가 하나의 요리가 된 것이다. 커피에도 고유의 색이 있음을 알았다.
시작은 향이었다. 홈 카페를 표방하며 커피를 내렸지만 거실에는 특유의 커피향이 퍼지지 않았다. 잔 끝에 코를 갖다 대야 간신히 내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지인에게 물으니 프랜차이즈 커피는 보관 과정이 길어 향이 날아간다고 한다. 그는 지역에 있는 한 개인 카페에서 원두를 주문해 먹는다고 했다. 나 역시 그가 알려준 커피를 당장 주문했다.
명칭은 에스쇼콜라 블렌딩. 프랜차이즈 커피의 쓴맛과 개인 카페의 부드러움이 더해진 맛이다. (산도, 풍미와 같은 커피 용어는 잘 모른다..) 블렌딩인 걸 보니 다양한 원두를 섞어서 맛을 낸 건가 보다. 원두는 원산지에 따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이런 식으로 나뉘는 건 알았는데 바리스타가 여러 개를 혼합하기도 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커피제조사가 어딘가에서 상을 받았다고 했다.
원체 만족스러웠던 탓에 이번에는 새로운 커피 2개에 동시에 도전했다. 예가체프 첼베사 에티오피아와 오시게 블렌딩. 예가체프는 번화가의 다소 고급 진 카페에 가면 종종 있는 이름이라 친숙했다. 이는 곧 대중적인 내 입맛과 괴리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예가체프는 커피의 본고장 에티오피아의 지역명이란 점. 첼베사는 예가체프에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아직 내려보지 않아 맛을 평하긴 이르다.
오시게 커피는 카페가 위치한 도로명 '오시게로'에서 따왔다고 한다. 카페는 부산시 금정구 오시게로에 자리했는데, '오시게'라는 말은 부산 사투리로 "일루 오시게~(이쪽으로 오세요)"라는 뜻도 되므로 이를 노린 건 아닌가 근거 없는 추측을 해본다. 어쨌든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이다.
흥미로운 점은 항상 봐왔던 새까만 커피가루가 아니란 거다. 스타벅스 하우스원두나 쇼콜라 원두 역시 까맸다. 커피콩이 검으니까 커피가루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오시게는 밝은 갈색빛을 띤다. 마카다미아와 베리류를 섞었다는데 그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커피향과 맛에서 달콤함에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인듯싶다.
원두 자체의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심지어 가격 메리트까지 있다. 스타벅스 하우스 원두가 250g에 15000원이었다. 이곳은 직접 로스팅 한 원두 200g에 12000원이다. 주문 시 분쇄도를 직접 설정할 수 있으니 그라인더가 없더라도 문제없다. 배송에는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걸리는데 향을 담은 자체 밀봉 팩에 보관되어 오니 변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