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희망의 풍경》

얼음 위에서의 왈츠

by 조금 다른 별


암호화폐 프리세일에 참여한 후,

내 세상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뀌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보는 대신

대시보드를 열었다.

밤새 변한 예상 잔고를 확인하는 그 순간

가슴이 벅찼다.


뉴스에서는 연일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올해 최고의 프로젝트"라며 찬사를 보냈고,

프로젝트의 이름은

하루가 다르게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예상 수익률 역시

그 흐름을 타고 거침없이 솟구치고 있었다.


화면의 숫자들은 마치 내 심장의 고동처럼 뛰었다.


처음에는 소액이었던 투자금이

늘어나는 자신감과 비례하여 불어나기 시작했다.

늘어난 숫자를 볼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 이게 바로 기회다.'


대시보드에 찍힌 ‘예상 잔고’는

단순히 숫자의 나열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지난 20년간

성실과 근면으로 일궈온 삶에 대해,

뒤늦게 보내온 ‘지체된 포상’이었다.


커지는 숫자를 확인할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노력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진리가 틀리지 않았구나.
나의 20년 근면함이
이제야 첨단 기술의 날개를 달고
탐스런 과실로 영글었구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숫자는

내 인생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지표였다.


그때의 나는 오만이 이끄는 대로

낯선 호수의 얼음 위로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공포는 없었다.

오히려 풍선처럼 가벼워진 마음 덕분에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초보 스케이터였지만

나는 어느덧 숙련된 무용수처럼

호수 위에 매끄러운 선을 그리며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얼음을 가르는 ‘사각사각’ 소리는

황홀한 배경음악이 되어 귓가를 맴돌았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 표면을 얇게 깎아낼 때마다

기분 좋은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매끄러웠고, 너무나 완벽했다.

그 황홀함은

내가 서 있는 곳이 단단한 대지가 아니라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물의 결정 위라는 사실을

망각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겨울은

눈이 많이 왔고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다.

내 뺨을 스치는 공기는
봄기운을 미리 머금은 듯 포근했고,
평온함은 내 미래를 축복하는 온기처럼 느껴졌다.


주변 풍경을 돌아볼 여유가 있음에 호기로웠고,

모든 것이 지나치게 자연스러웠다.


그것은

얼음이 깨지기 직전,

호수가 내어준 마지막 침묵이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나는 희망의 호수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 이 연재는 투자의 실험관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감정변화와 관찰기록입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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