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희망은 끝없이 밝아 보였다.
하지만 그 빛이 가장 강렬해지던 순간,
첫 번째 그림자를 드리웠다.
여전히 전문가들의 평가는
'올해 최고의 프로젝트'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고,
내 예상 잔고는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들이 모은 투자금도
1,900만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모두가 성공을 점쳤다.
하지만,
아무런 징후가 없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덫이었다.(。・・) ノ
평온한 상승 곡선에 편승해
위를 향해 올라가던
어느 날
온몸으로 상쾌한 기운을 즐기던 찰나,
발밑에서 아주 작은 변화가 느껴졌다.
그 불안감은 프로젝트사가 지시한
첫 번째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떤 설명도 이유도 없이
모든 프리세일 참여자에게 통보했다.
“Deadline 안에 지갑을 바꿔라.”
그것은 투자금 수령을 위한 지갑 주소를
회사 측이 정해준 시스템으로 변경하라는 지시였다.
비유하자면,
투자 시 사용하던 기존 계좌를 폐기하고
회사가 지정한 은행 계좌를 새로 개설한 뒤,
개발사에 신고해야
투자금을 주겠다는 뜻이었다.
말이 좋아서 '지시'였지,
그것은 사실상 강제집행이었다.
정해진 기한 내에
변경 신고를 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과 협박이 행간에 있었다.
내 자산을 인질로 잡고 휘두르는
강압적인 요구였으나,
당시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시에 따라
순서대로 이행하면 되는
단순한 절차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요구가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건의 트리거였다.
가우스 곡선이란
경제나 사회생활 통계를 위해 사용되는
종 모양의 표본 곡선이다.
그 곡선 위 한 지점에서는
내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정점에 이르기 전까지
하락 구간을 예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어디쯤 있었는지는
전체 모양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상식적인 세상에서는
재앙도 노크를 하기 마련이지만,
그날은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었다.
어제와 같은
잔고창, 뉴스, 찬사가 계속되고 있었기에
나를 붙들고 있던 중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인생이나 투자에서 상승 곡선 위에 있을 때
인간의 뇌는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해서,
정점 이후 하락의 기울기를 과소평가한다.
제시된 데드라인의
마지막 날 자정,
곡선 위에서 버티던 균형은 처참하게 깨졌다.
그것은 지독히도 깊은 추락의 꿈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 아래로
허우적거리며 곤두박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