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데드라인, 몇 시간의 간극》

신데렐라의 시계

by 조금 다른 별


불면은 흔한 일이었지만,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밤을 지새운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날이 바로 그런 밤이었다.


나는 다급했고 초조했으며,

무엇보다 해결 방법을 몰랐다.


난생처음 시작한 투자였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예정된 해피엔딩처럼 보였다.


가끔은

1년 후 가족들을 위해 통 큰 소비를 하는 상상을 하며

혼자 피식 웃음 짓기도 했다. ✌️


하지만 프로젝트 사는 일주일 전,

블로그에 단 한 번의 공지를 올렸다.

7월 17일 자정까지 지갑을 바꾸라는

일방적이고도 강제적인 지시였다.


“네트워크를 추가하고, 지갑을 변경하라.

아니면 자산을 잃을 수도 있다.”

처음엔 간단한 처리절차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복잡한 메커니즘은

나에게 거대한 장벽이었다.

며칠을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매달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연속되는 ‘시스템 오류’라는

냉담한 안내뿐이었다.


그들의 유일한 소통창구는 이메일이었다.

17일 당일, 나는 온종일 모니터 앞에 붙어 앉아

메일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다시 시도하고,

또 실패하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했다.


“시스템 상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새로고침하고

다시 변경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한결같았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신데렐라의 시계처럼

자정 12시를 향해 치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프로젝트 사는 차가운 선언을 내뱉었다.

“데드라인이 지났으므로 정책상 도울 수 없다.
지갑 변경은 이제 영구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중에 공부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이 요구했던 ‘지갑 변경’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기존의 수많은 지갑과 호환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투자금을 받을 때는
온갖 지갑으로부터 돈을 쓸어 담았지만,
막상 토큰을 돌려줄 때가 되니
자신들이 정한
몇몇 계좌에만 입금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설계의 결함이자 절차적 폭력이었다.

기술적 해결 의무는

그들에게 있었으나,

그 책임의 무게는

오롯이 투자자의 자산 손실로 돌아왔다.


내 인생에서 이 시기만큼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했던 적은 없었다.

평생을 성실하게 쌓아온 노력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물거품이 될까 두려웠다.


내 실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내 소중한 자산이

블록체인 금고 속에 영원히 갇혔다"

말하는 그들에게 나는 온몸으로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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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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