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기 시작한 북극해

<<항로를 열리고, 기준을 생각할 때>>

by 조금 다른 별

최근 러시아는

2035년까지 총 2조 루블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북극해상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북극해상로(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해 아시아(유라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해상 경로로, 빙산과 유빙 때문에 과거에는 통상적인 운항이 어려웠던 길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해빙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던 항로가

상업적 논의의 대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북극해상로를 둘러싼 논의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등장한다.


운송 거리와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

항해 시간이 짧아지면서 연료 사용과 에너지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러시아·북유럽·북미 등 북극권 항만과

자원 개발, LNG 수송과 연계해

새로운 물류·에너지 허브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언급된다.


하지만 이 항로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상업적 운항이 가능한 기간은

여름철 일부에 한정돼 있고,

해빙이 늘어나더라도 기상 조건은 매우 가변적이다.
기상이 악화되거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구조와 수리가 늦어질 수 있어,

보험료와 위험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환경적 부담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취약한 북극 생태계에서 유류 유출이나 충돌 사고가 발생할 경우 회복은 매우 더디다.
특히 선박에서 발생하는 블랙카본(검댕)이

빙설 위에 쌓이면 태양 복사를 더 흡수해

해빙 속도를 가속시키고,

이는 다시 기후 변화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적·지정학적 변수도 크다.
북극해상로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 연안에 인접해 있어,

통행 규제나 통행료 부과,

국제 제재 등 러시아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부 국내 경제학자들은

지정학적 위치와 조선·해운 역량을 근거로

북극항로를 “절호의 기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만 그 표현이 가리키는 방향이

현실의 정치·환경·경제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극항로는 기대만큼이나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경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논의의 가장 깊은 곳에는

다른 질문이 남는다.
경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구 환경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우리는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가.


항로는 열리고 있지만,

그 선택을 판단하는 기준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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