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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빛이 있는 쪽으로 날아간다.

by 노페라보

새가 기어간다.

새가 날개를 짚고 바닥을 기어간다.

그것은 별을 생각하며 굴뚝을 헤매이다가

볕을 버리고 바닥에 떨어졌다.

겁에 질린 새는 커튼에 숨어 며칠을 울었고

집이 그리운 새는 부리가 망가질 때까지 벽과 며칟날을 싸웠다.


해와 달이 몇 번인가 표정을 바꾸고

날갯짓 소리가 별안간 사그라들자

누군가는 그것의 미래가 이미 죽어있었을 뿐이라며

홀가분하게 손뼉처럼 가벼운 손사래를 쳤지만

나는 여전히 빈정거리는 눈초리가 보였고 흐느끼는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새는 이제 걸어간다.

새는 이제 다친 사람처럼 악의를 품고 깃을 세우고 걸어 다닌다.

새는 이제 소름처럼 볏을 돋우고 살쾡이처럼 사납게 가르랑거린다.

새는 이제 부리를 벼리고 들짐승처럼 쓰레기를 물고서 그걸 절대 놓치지 않는 법을 안다.

....

....

....

아직도 새는 날 줄을 모르고, 세상은 돌아갈 줄을 모르고, 나는 살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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