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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록홈즈 Nov 16. 2021

자세히 보아야 예쁜 곳

풀꽃처럼


몰랐는데 실내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한다 나는.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해외로 잠시 도피 아니 공부를 하러 갔었는데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주말마다 큰 도서관에서 인테리어 잡지를 몇 시간씩 보다 오곤 했었다. 남이 한 인테리어를 보며 늘 드는 생각은 '세상에는 감각이 미친 이들이 무지하게 많다는 것'.


이제는 잡지를 사서 보는 시대가 아니라(그래도 가끔 사서 봄), 십 년 전부터는 핀터레스트를 즐겨 보고 있다.  습관적으로 들어가서 습관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을 저장하다 보니, 방대한 양의 사진들이 모여있는데 십 년 만에 이것들을 실제로 활용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물론 해외 이미지가 대부분이라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저장해둔 이미지들을 보니 난 아무래도 노랑 싱크대에 로망이 있나 보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결심. (아 이거 쓰면서 잠시 행복에 젖음)

졸지에 스콘 가게까지 열게 되었으니 그간 예쁘다고 생각했던 베이커리 이미지들도 다시 한번 꺼내 보았다.


최근 몇 주간 가게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이 많았다.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할 미친 감성으로 공간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내게는 미친 감성이 없어 속이 상하기도 했다. 서촌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잠시 부풀어 있었지만 그것도 깨끗이 접었다. 그냥 나 답게. 꾸민 듯 안 꾸미고 안 꾸민 듯 꾸민, 나 다운 가게를 만들고 싶다. 나태주 시인의 '풀 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같은 곳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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