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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록홈즈 Nov 11. 2021

사랑받는 집

누하동의 새내기


이런 얘기 하면 대부분  믿던데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사람과 관계를 맺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학생 시절에도, 회사에 다닐 적에도, 심지어 아이를 낳고 조리원이나 문화센터를 오갈 때도 한두 명 외에는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두 명과의 인연이  소중한 것이거늘, 그동안은 외향적인 것이 좋은 줄로만 알고 무리 속에 끼려고 애를 많이 썼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인간관계가 예전만큼 어렵지도, 간절하지도 않게 되었으니 이런 게 연륜인가 싶다. 무리 속에 끼지 못해도 한두 명 진심이 통하는 이들을 만나면 그것이 정말 귀한 인연임을 알고 감사하는 중이다. 아이를 통해 맺어진 엄마들과의 관계에서도,  동네에 오래 머물면서 사귄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도, 뜻이 맞고 생각이 비슷한 몇몇과 오래도록 보는 것이  의미 있는 관계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주택으로 이사 간다는 사실을 친한 이웃 몇에게 이야기했다. 주택에 사는 이웃들은 격하게 환영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은 무척 아쉬워했다. 환영하는 마음과 아쉬운 마음은 감정이 전혀 다르지만, 양쪽 이웃 모두 나의  터전을 궁금해했다. 계약만 해놓은 상태라 아직 온전한 우리 집은 아니어도,  방향을 힐끗 쳐다보기만 해도 수줍은 미소가 지어지고 스리슬쩍 지나갈 때면 가슴이 콩닥거렸다. 이런 나의 마음을 친한 이웃들도 온전히 공감해주는 , 함께 주택 집을 찾아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부여잡거나 팔짱을  꼈다.


오히려 나보다  자주   앞을 지나가며 우리 집에게 인사를 하는 이웃도 있고, 비슷한 느낌의 벽돌집  예뻤던 집의 사진을 보내주며 아이디어를 주기도 했다. 산책하다가 일부러 우리  앞을 지나갔다는 연락을 주기도 고, 그때마다 '보면 볼수록 예쁜 '이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의 집까지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며 우리 집이 참으로 사랑받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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