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CLASSICS LIVE 2025 with 서울시향>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직관하고 기록을 남기는 내게 이 한 문장은 꽤나 흥미로웠다. 화려함과 트렌디함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KPOP을 섬세하고 고전적인 클래식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연출하면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KPOP의 근본인 에스엠에서 SM CLASSICS라는 별도 레이블을 설립하면서까지 준비한 모습은 어떨지에 대한 기대였다.
생각보다 높은 티켓가 덕분(?)에 롯데콘서트홀 객석 2층 R구역도 처음 앉아 보았다. 탁 트인 시야 덕분에 객석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 공연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첫 번째 기준은 공연 출연진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처럼 실력 있는 솔로 연주자를 보거나 명망 있는 정명훈, 크리스티안 틸레만처럼 지휘자 이름을 보고 티켓 예매를 결정한다. 이들 공연 일부는 고민할 새도 없이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기도 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리베라 소년합창단처럼 특정 연주 단체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내는 관객층도 있다. 보통 서울시향 등 오케스트라 단체 패키지는 연말 즈음 오픈하여 차년도 정기공연을 대상으로 오픈하는데 테마별, 장르별로 패키지가 구성되어 있어 구매율이 높다. 1년 전에 미리 공연을 예매하는 셈이다.
두 번째 기준은 공연 레퍼토리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말러의 교향곡과 같이 특정 작곡가와 그의 곡이 기준이 된다. 특히, 연말엔 헨델의 메시아, 신년엔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처럼 특정 시즌과 연관된 곡들이 제철 음악처럼 선보이곤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신선함이다.
고전이자 전통 그 자체인 클래식 장르에서 ‘이전에 없던 무언가’는 그 자체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으며 무대 위에 선보여지는 것들이다. 이런 류는 소식을 전할 콘텐츠를 찾는 프레스와 흥미를 끌어당길 콘텐츠를 찾는 기획사 및 공연장 관계자들의 관심을 특히 불러일으킨다.
이번 SM CLASSICS LIVE 2025의 관객 분포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세 번째 기준으로 공연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참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인이 맡은 공연을 준비하느라, 프레스는 워낙 많은 공연 모니터링 제안을 받을 터라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한 자리로 모은 건 유례없는 신선함이다.
객석이 어두워지고 무대 한쪽이 밝혀지더니 샤이니 민호가 걸어 나왔다. SM 30주년의 의미와 SM 클래식스의 발자취, 그리고 이번 공연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하였고 뒤이어 지휘자가 등장하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SM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주요곡들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레드벨벳의 곡이 3곡으로 단일 그룹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Feel My Rhythm'과 'Psycho’은 각각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활용해 작곡한 곡이라 오케스트라 편곡과도 잘 묻어났다. ‘빨간 맛’은 서울시향과 촬영한 뮤직비디오 영상에서도 느꼈지만 클래식 음악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박자를 각 악기의 음색과 맛깔나게 잘 버무린 편곡이었다. 공연에서는 흥겨움이 덜 느껴져서 살짝 아쉬웠다. (백윤학 지휘자가 지휘하면 어떤 느낌일지 심히 궁금해진다)
프로그램 구성을 보니 작곡 단계부터 클래식 요소를 활용한 곡들 - 비발디 사계 '여름'의 클래식 요소가 담긴 동방신기 'Rising Sun',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을 바탕으로 재편곡된 NCT 'GoldenAge', 베토벤 교향곡 5번이 접목된 EXO '으르렁', 엘가의 행진곡을 샘플링한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 과 기존 곡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곡을 들으면 들을수록 곡들이 서로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기 시작했다.
KPOP과 클래식 음악 모두 나름의 형태로 기승전결을 갖는다. 벌스와 코러스 그리고 브리지, 도입부와 전개부 그리고 재현부와 같이 곡의 구조와 여러 가지의 악기 편성으로 이를 표현한다. 그런데 이 두 장르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음악의 러닝타임이다. 20분 내외로 주제를 표현하는 오케스트라 어법으로 4분 남짓의 KPOP 곡을 표현하려다 보니 음악의 호흡이 편하지 않고 급하게 차오르는 느낌이랄까? 잔잔하게 시작했다가 점차 웅장해지고, 고조되다가 해결하는 오케스트라 편곡이 왠지 급했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표현하는 편곡 방식이 엇비슷하게 느껴지면서 점차 피로도가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환기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두 가지 포인트가 공연 후반부에 있었다. 하나는 밴드 악기의 추가였다. 라이즈 ‘BOOM BOOM BASS’는 일렉트릭 베이스 라인이 특징인 곡인데 꽤 높은 음향으로 곡의 비트를 끌어가면서 클래식 공연에서 들을 수 없는 박자감을 느낄 수 있었다.
레드벨벳 웬디와의 콜라보 무대도 차별화 요소였다. 성악과는 또 다른 POP 가창 스타일을 클래식 콘서트홀에서 듣는 게 기존 클래식 관객이나 웬디의 팬 모두에게 새로운 광경이었다. 다만, 가창자에겐 라이브 밴드보다 템포를 잡기 어려운 오케스트라 반주에 명확한 모니터링이 불가한 울림 있는 클래식 콘서트홀의 라이브가 어려웠겠지만 말이다.
SM CLASSICS LIVE 공연엔 다채로운 시도가 있었다. 최초 타이틀만 붙이고 별다를 게 없는 공연과는 확실히 달랐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기준 중 신선함은 갖추었지만 공연 출연진과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모으려면 더욱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인식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창립 30주년 기념공연이란 일회성 행사로 끝낼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SM은 클래식 음악에 생각보다 진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