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도쿄 여행을 원한다면 재즈 카페를 추천할게요

<나나카 사카이 퀸텟> 도쿄 바디앤소울

by 노랑망고

휴가를 도쿄에서 보내기로 했다.


떠나자, 도쿄로


항공 티켓은 한 달 전, 호텔은 일주일 전에서야 예약했을 만큼 특별한 계획 하나 없는 여행이었다.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고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바람을 쐬며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는 바람 하나뿐이었다.


도쿄에서의 1주일, 그날은 흐린 날이었다. 근교로 자연경관을 보려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스타벅스에 갔다. '오늘 뭐 하지?' 생각하다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


재즈 카페에 가고 싶다



콘서트나 페스티벌은 가봤지만 재즈 카페에 가본 적은 없었다. 여타 음악 장르와는 다르게 재즈는 음악을 잘 몰라도, 심지어 아티스트에 대해 잘 몰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편안함과 즉흥성이 특징이니까 나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첫 경험이라는 기분 좋은 낯섦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내가 가게 된 곳은 시부야에 위치한 재즈 살롱 카페 BODY & SOUL. 바디앤소울 재즈 카페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길가 바로 옆에 위치한 BODY & SOUL 카페
첫째, 공연이 매일 열린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월간 공연 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다양한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참고로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할 수 있고 결재는 현장에서 하면 된다.


대체 하루도 빠짐없이 섭외를 어떻게 하는 거지?


둘째, 가격이 비교적 괜찮다.

재즈 카페 비용은 크게 두 가지 항목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Music Charge, 다른 하나는 음식 또는 음료비이다.(1인 1 메뉴가 원칙). 참고로 Music Charge란 음식 외에 공연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출연진은 매일 다르지만 비용은 대게 일정하다고 할 수 있다.


카페 문 앞에 놓인 오늘의 공연과 Music Charge에 대한 설명. 강조하는 걸 보면 비용과 관련 소통 오류가 꽤 있었나 보다.


그날 결제한 영수증 내역서


알기 쉽게 내가 지불했던 영수증을 살펴보자. 그날 공연 음악비는 좌석과 관계없이 인당 5,170엔이었고, 음식은 피자와 콜라를 주문했다. 2인 기준으로 총비용이 13,200엔이다.


이를 도쿄의 대표적인 재즈 카페인 블루노트 도쿄와 비교해 보자면 같은 날 열린 4인조 밴드 공연의 음악비는 9,000엔에서 12,300엔 사이(자리에 따라 상이), 음식은 피자와 콜라 기준으로 약 4,000엔이 든다. 2인 기준으로 총비용이 22,000엔이니 최소 8,800엔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첫 재즈 카페 경험에 가격 부담까지 느끼고 싶지 않았던 내게 이 차이는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셋째, 공간이 쾌적하다.

일부 재즈 카페는 실내 흡연을 허용하기도 한다. 비흡연자로서 이보다 곤욕스러울 수가 없는데 이곳은 실내에 별도 흡연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 서로가 불편함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좌석 간격이 충분히 떨어져 있어 음악을 듣거나 동행인과 담소를 나누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


맨 앞은 원탁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고 그 옆과 뒤로도 큼직한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그렇게 킴벨과 내가 본 공연은 Nanaka Sakai 퀸텟 공연이었다. 트럼페터 Nanaka Sakai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는데 나이는 21세로 학생 신분이었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연주 실황 영상은 기대감을 높이기엔 다소 아쉬웠다. 연주보다는 재즈 카페 첫 경험이라는데 의미를 두기로 하고 마주한 Nanaka Sakai 퀸텟. 탄탄하게 밴드의 중심을 잡는 트럼펫의 올곧은 멜로디는 내 예상을 리드미컬하게 부숴버렸다. 색소폰, 더블베이스, 드럼을 연주하는 세 명의 남성 연주자는 표정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바삐 움직이는 손발 그리고 볼과는 달리 표정은 부드럽고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리듬과 멜로디를 동시에 책임지는 피아노는 안정감 속에서도 특유의 기교가 돋보였다.


Nanaka Sakai 퀸텟 공연 장면


그간의 공연 경험을 되돌아보면 무대에서 몰입도 높은공연이 펼쳐질 때면 관객들은 의자에 숨죽이고 앉아 있어야 했는데, 이곳에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콜라를 마시고 피자로 허기를 채우며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연주자들도 자유롭게 공연을 한 것이, 첫 번째 곡을 마치고 트럼페터가 객석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을 불러 세웠다. 그 사람은 공연 중간에 들어와 우리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라 기억하고 있었는데 퇴근길과 맞물려 늦게 온 학생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피아노 앞에 앉더니만 콰르텟과 함께 두 번째 곡을 연주하더라. 깜짝 협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발코니석에서 식사를 하던 중년 여성이 무대로 걸어 나왔다. 약간의 토크 후 음악이 시작되었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었던 라이브 중 꽤나 좋았던 무대였다. 1부 스테이지가 끝나고 15분가량의 인터미션. 트럼페터를 비롯한 일부 연주자들이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과 담소를 나누었는데 무대와 객석, 연주자와 관객의 경계가 모호한 분위기가 자유로워 좋았다.


맛있는고~~
발코니 석에 앉아 있던 분홍 치마의 중년 여성(좌측)이 어느새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우측)


만족스러운 공연을 만드는 데에는 서버의 역할도 컸다. 카페가 여는 6시 30분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우리. 앞선 온라인 예약 과정에서 여러 번 튕기는 바람에 예약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서성이는 우릴 본 파마머리 남성 서버는 매니저가 없어 예약 명단 확인은 불가하지만 앉고 싶은 자리를 직접 고를 수 있다며 가게 안으로 안내했다. 코스터로 자리를 맡은 후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다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입장했고 그는 "Long time no see"라는 유쾌한 인사를 건네며 자리로 안내했다. 주문을 받거나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그 서버의 세심함 덕택에 공연이 시작되기 전 낯선 공간에 이미 적응하였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 하수 쪽 피아노 앞자리에 코스터로 자리 예약(좌측)을 도와준 사려 깊은 남자 서버(우측)


도쿄에 다시 와볼 곳이 한 군데 더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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