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방구
“Oh~Boy!”
오르막은 1km를 걸을 때 고도를 100m를 높이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같은 거리에 그 보다 고도를 높이 올리면 허벅지에 힘이 많이 실렸고 힘에 부쳤다. 600km 가까이 걸으면서 대부분 완만한 오르막이었는데 처음으로 1km를 걸으며 130m의 고도를 높이는 Baden-Powell 산을 만났다.
산 아래에는 LA에서 주말을 맞아 등산을 온 사람들로 가득했고 보이 스카웃을 하는 중국인 학생들과 부모님들도 있었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온 아들에게 수박을 건내는 모습을 보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챙김을 받는 일보다 챙겨야 하는 일이 많아져 버린 어른이 되어 있었다.
“진아, 우리도 가볼까?”
은진이의 눈빛을 받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은진이도 곧 일어섰다. 사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다 보니 작은 도전이라 느껴졌고 멕시코 국경에서 LA까지 버티며 키워온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허벅지에 실리는 힘이 확실히 강했다. 한걸음 한 걸음 땅을 밀어낼 때마다 곤두서는 대퇴근에 은근한 희열이 느껴졌다. 하이킹 폴을 바닥에 찍어 밀어냄과 동시에 뒷다리로 땅을 힘껏 밀어냈다.
‘시에라는 이것보다 더 심하겠지?’
고산을 넘나드는 시에라에 대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스쳐 지났다.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금세 6km의 산을 올라 정상에 닿았고 은진이도 금방 쫓아 올라왔다. 조금씩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야, 좋은 기회를 놓쳤네.”
파란 모자에 파란 티셔츠, 파란 가방에, 파란 신발까지 온통 스머프처럼 파란색으로 꾸민 릭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요?”
“여자들이 갑자기 다 벗고서 사진을 찍었거든.”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사람들은 떠날 준비를 마쳐 있었다. PCT에서는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곳에서는 하이커들은 거리낌없이 탈의를 하고 기념 사진을 남겼다. 개중에는 4월 28일 같이 출발했던 출발 동기들의 얼굴도 보였다.
‘생각보다 우리가 마냥 늦게 걷는 건 아닌가 보구나.’
처음에 다치면서 5일을 쉬었고, 그 이후로도 마을에 갈 때마다 항상 이틀을 채워 쉬어 출발 동기들과는 한참 뒤쳐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안심이 되었다.
“프슈~”
갑자기 아파오는 배에 사람들이 많아 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천천히 몸 안에 찬 가스를 내 뿜었다.
‘와, 이거 엄청난데.’
냄새가 평소보다 훨씬 지독했다. 5초 뒤 바람을 타고 간 냄새가 하이커 무리에도 전달이 된 것 같았다.
“Oh~ Boy! What the fuck!”
금발의 머리를 한 하이커가 괴성을 질렀다.
“오빠지?”
은진이도 옆에서 냄새를 맡고는 물어왔다.
“아니? 내 아닌데?”
하며 얼굴에는 묘한 미소는 띄워 보이자 은진이는 팔을 꼬집었다.
매일 30km를 걷다 보니 운동량이 엄청났다. PCT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몸에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일주일쯤 지나자 방구가 잦았고 냄새가 지독했다. 은진이도 방구 냄새가 지독해 텐트 안에서 일을 치룰 때면 둘 다 화생방 훈련을 하는 듯 했다. 그렇게 매일 저녁을 화생방 훈련을 하며 지냈다. 그러기를 한 달이 조금 더 지나자 씻은듯이 냄새가 사라졌다. 살면서 한번도 빼낸 적 없는 몸의 독소가 빠져 나간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