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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10. 2020

누군가의 꿈

루시드 폴 노래하고 이수지 그리다, <물이 되는 꿈>

새벽에 동네 책방에 책을 몇 권 주문했다.


클릭 한 번이면 현관까지 되는 인터넷 서점의 세계, 매력적인 굿즈들의 세례까지 더해져 나를 한없이 유혹한다. 동네에 책방이 두 곳 있지만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외출이 꺼려지는 터라 인터넷 서점을 꽤 이용했다. 새벽에 주문 버튼을 누르면 당일 배송도 되는 인터넷 세계와는 달리, 동네책방에 주문해서 책을 보면 사실 불편하다. 초고속 LTE 시대, 로켓 배송의 시대, 빠름 빠름의 시대에 동네책방은 느리다. 주문하면 일주일이 걸리기도 한다. 인터넷 서점에 비해 책값은 더 비싸니 돈은 더 든다. 굿즈도 인터넷 서점이 다양하고 푸짐하다. 나 자신의 이익만 따지자면 동네서점을 이용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지금같이 코로나 집콕 시기에 운신의 폭에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의 시대, 인터넷 전자 상거래가 더 활개를 띨 거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거금이 드는 자동차 구매마저 '언택트 열풍'이 분다고 하니 책은 오죽하랴.  

한겨레, 2020.6.10 일자, 경제의 창

한 책방지기의 인스타 글에 '하염없이 기다리는 삶'이라는 문구를 읽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줄어 손님을 기다리는 삶을 말하나? 나의 편리함을 위해 인터넷 서점을 종종 이용했던 게 책방지기에게 아내 미안해진다.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눴다. 그녀가 말한 기다리는 삶이란 손님을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여자의 삶, 엄마의 삶, 그리고 꿈을 기다리는 삶이라고 했다. 꿈을 기다리는 삶이라. 이런 시대에 절망하기보다는 꿈을 꾸는 그녀의 모습에 나까지 설렜다. 지금 같은 시대에 동네에 작은 책방 주인이 꿈을 꿔도 될까? 그 꿈은 헛된 꿈이 아닐까? 그 꿈은 무얼까?  


그녀에게 꿈이 무어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녀가 품는 여러 꿈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알려주었다. 그중 하나는 책방을 오래 하는 것, 그리고 책방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편리함 추구 때문에 누군가의 꿈이 꺾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명치끝이 서늘해진다. 편리함의 극치, 인터넷 서점을 자제해야겠다. 대형 서점은 내가 아니더라도 잘 먹고 잘 산다. 나와 너, 골고루 잘 먹고 잘 사는 세상, 책 좋아하는 내가 동네책방을 이용할 때 가능하다. 오늘도 내가 동네책방에서 책을 주문한 이유다.  


오늘도 꿈을 꾸는 한 책방지기의 꿈이 물이 되고 파도가 되고 바다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0.6.10

새벽에 노라 쓰다 


<물이 되는 꿈>

-루시드 폴-


물,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꽃, 꽃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풀이되는 꿈  

강, 강이 되는 꿈  

빛이 되는 꿈, 소금이 되는 꿈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파도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별, 별이 되는 꿈  

달이 되는 꿈, 새가 되는 꿈  

비, 비가 되는 꿈  

돌이 되는 꿈, 흙이 되는 꿈  

산, 산이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바람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모래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 빗물이 되는 꿈  

냇물이 되는 꿈, 강물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하늘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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