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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09. 2020

잃어버린 시간들

심호흡의 필요

"빨리"와 "얼른". 내가 하루 중 꽤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하루에도 여러 번 아이들을 자주 재촉한다. "이 닦았니?"나 "지금 당장 해."라는 말들을 서슴없이 한다. 아이들을 다그치기에 앞서 그보다 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재촉한다. 마음이 항상 급하다.


왜 사소한 것들에 목숨 걸고 빨리, 그 즉시 일을 처리하려 했을까? 오늘도 내가 안 했으면 남이 했을 일인데 급한 성격에 참지 못하고 내가 먼저 나섰다. 아이들과 있는 시간에 타인과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카톡 하느라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다. 당장 사지 않으면 큰 일 나지도 않을 스파게티 소스를 검색하느라 정작 중요한 아이와의 놀이 시간을 유예했다. 하튼 스마트폰이 문제다. 불과 같은 내 급한 성격에 스마트폰이 기름을 붓는다. 클릭 한 번이면 빠름 빠름인 세상. 로켓 배송, 당일 배송의 유혹은 참으로 감미롭다. 아이들 눈 하나하나 맞추고 대답해야 할 시간에 쓸데없이 사소한 일들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바빴다. 엄마와 놀고 싶다는 아이를 기다리게 하면서 그 즉시 처리 안 하면 큰 일 나는 마냥 급하게 급하게.  


뒤돌아 생각하면 급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내가 그걸 당장 처리해야겠다는 급함에 사로잡혀있었을 뿐. 급하다 급하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급하다.


급함이 습관이 되어 더 소중한 걸 매일 잃고 있다. 아이들의 서너 살부터 일곱 살 정도까지 유아 시절의 기억이 내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통째로 비어있다. 첫째 아이가 한창 자라날 때 바로 둘째 아이를 임신, 출산, 육아하느라 첫째 아이가 귀찮고 버거웠다. 둘째 아이가 유아 시절을 걸어갈 때 셋째 아이를 돌보느라 둘째 아이를 방치했다. 셋째 아이가 "엄마, 나 좀 봐줘!" 할 때 넷째 아이 기저귀 갈고 이유식 먹이느라 외면했다. 이젠 네 아이들이 제법 꽤 컸다. 더 후회하기 전에 빠름을 요구하는 세상보다는 천천히 아이들을 바라보자.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더 이상 유예하지 말자. 눈과 마음에 담고 아이들을 담고,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자. 나의 빠름 주의가 여러 사람 잡는다는 걸 잊지 말자. 아이들을 아프게 하지 말자. 아이들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내가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전력 질주하고 있을 때 제동을 걸자. 심호흡이 필요한 시간이다. 더 이상 시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바로 그때였다. 그때 너는 이제, 한 명의 아이가 아니라, 한 명의 어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네가 외다리 시계방 아저씨가 했던 말을 또렷이 떠올렸을 때. 네가 너의 인생에서, '마음이 아파'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처음으로 스스로 알았을 때. (p.61)
오사다 히로시, <심호흡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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