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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08. 2020

학교에 왜 가는가

코로나 이후 무용해진 것들

색조 화장품, 예쁜 옷. 코로나가 터지고 난 후 나에게 무용해진 것들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남에게 보이는 물품들에 대한 소비욕이 있었다. 하지만 옷과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확연히 줄었다. 심지어는 흰머리가 희끗희끗 올라오는데 미용실도 가지 않고 있다. 누구를 만날 일이 없으니 외출 시 모자로 흰머리를 가리면 그만이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햇빛을 가리려 모자까지 푹 눌러쓰니 나에게 가장 쓸모없어진 것은 색조 화장품이다. 꾸미기를 상당히 좋아했던 나다. 하지만 눈만 예쁘게 보이려고 화장을 할 수는 없지 않나. 화장품이 마스크에 묻어나는 건 더욱더 짜증 날 일이다.  


아이들에게는 코로나 이후 무엇이 필요 없어졌을까?


학교에 가지고 가는 놀잇감이다. 놀잇감을 학교에 가지고 다니던 우리 아이의 가방에서 놀잇감이 빠졌다.


올해 2학년이 된 아이는 학교를 참 좋아했다. 공부하는 곳이기보다 학교는 노는 곳이었다. 아이는 수업시간보다 쉬는 시간을 기다리느라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웠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딱지를 치는 즐거움, 포켓몬 카드 게임을 하는 신남이 있었다. 덕분에 학교는 단순히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라 즐거운 곳이었다. 친구와 신나게 놀고 떠들고 밥 먹는 곳, 놀이의 연장선이었다.


유치원에서는 자유 시간 외에는 정해진 놀이를 해야 하는 반면, 학교 쉬는 시간에는 본인이 원하는 놀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유치원보다 학교가 훨씬 더 재밌다고 했다. 5학년 형아가 초를 치기는 했다. "너도 3학년 지나봐라. 수업 시간 너무 많아서 학교 지루할 거다." 학교가 지루하다던 큰 아이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노는 건 좋아했는데... 이 아이의 개학도 가까워지는데 안쓰럽다.


학교가 싫어서 안 가고 싶어하는 애들도 많다는데 아이들에게 참 고마울 일이었다.  


오랜 코로나 집콕에도 둘째 아이는 학교를 그리워했다. 드디어 2개월만에 아이는 등교를 했고 기다리던 학교에 갔다.


그런데 등교 개학 이후, 이 아이의 하굣길, 아이의 표정이 무겁다. 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종일 쓰고 의자에 열차렷 자세로 앉아있어야 하는 괴로움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놀이가 빠진 학교의 시간이 참 더디게 갔나 보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친구와 아무 말도 못 섞게 하고 있다. 발표할 때만 말할 수 있다.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마스크를 쓰고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이제는 학교에 놀잇감도 못 가져가고 웃음도 못 가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학교에 다녀야 하나?


말이 사라지고 놀이와 웃음, 친구와의 관계가 사라진 학교의 무용성에 대해 생각한다. 코로나 시국에 학교는 정말 필요한가? 우리 아이들은 꼭 학교에 가야만 하나?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야 삶에 무용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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