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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11. 2020

몽상

오늘 만난 단어

오늘 만나는 겹치는 단어, 몽상.


책을 읽는 자아는 현실일까, 몽상일까? 내 안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자아가 있고, 현실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자아가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특히 글을 쓸 때 나는 현실의 나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된다. 비록 이 생각마저 몽상일지라도. 쓴다고 삶이 확연히 달라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새벽을 가르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다.


책도 삶도 글도 결국 모두 여행이다. 한 줌의 재로 돌아가기 전에 펄떡거리는 심장을 느끼기 위한. 날마다의 새벽 여행이 좋다. 오늘은 빗소리도 있다.


2020.6.11

새벽, 빗소리를 가르며


"세상에는 제화공뿐 아니라 몽상가도 필요하니까. (사실 그건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제화공도 이따금 '잡념'에 빠져 엄지손가락을 찢지 않는가? 그리고 가끔 몽상가도 늙은 육신이 관심을 달라고 아우성치면 굶주리지 않으려 몽상에서 빠져나와 시장 문이 닫히기 전에 서둘러 달려가지 않는가?) (p.16), 메리 올리버, <긴 호흡>
"깊은 숲 속에서는 숨 또한 깊어져서 들숨은 몸속의 먼 오지에까지 스며드는데, 숲이 숨 속으로 빨려 들어올 때 나는 숲과 숨은 같은 어원을 가진 글자라는 행복한 몽상을 방치해둔다. 내 몽상 속에서 숲은 대지 위로 펼쳐놓은 숨의 바다이고 숨이 닿는 자리마다 숲은 일어선다. (p.96), 김훈, <자전거 여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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