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노래, 사랑과 은총

-단테의 <신곡>을 읽다.

by 마음은 줄리어드

세상의 모든 책들이 홀연히 다 시시해지는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성경 말씀이 녹아 있는 책들을 책장에서 다시 찾는다. 결국엔 세상의 그 어떤 문학보다 성경책과 말씀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 나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도 이런 작품들을 쓰고 싶다. 성경이 작품에 녹아 있는 작품. 내 글을 읽으면 성경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 하나님께 속한 자, 은총을 입은 자, 그 은총을 글로 나눠야 하는 사람임을 느낀다. 신춘문예에 수필 분야도 있어 얼마 전부터 투고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아님을 느낀다. 더 여물고 더 농익어야 한다. 성경이 내 안에 완전히 녹아 그것이 글로 나올 때까지 성경을 씹어 먹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쓰고 있으니 세상에서 주는 상에는 눈 감고 싶다. 게으름과 귀찮음의 욕구를 이렇게 쿨한 변명으로 대체하고 싶다.


2019년 해도 조금씩 저물어간다. 세상의 모든 책들을 멀리하고, 집중하고픈 책들을 꺼냈다. 결국은 말씀으로, 영적 거듭남으로 향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낀다. 도스토옙스키는 수년간의 시베리아 수감 생활 동안 성경 한 권을 읽었다. 그 믿음이 불멸의 책에 녹아들어 인류와 문학의 구원이 되었다. 릴케는 어디에 있든 언제나 당신의 "짐 속에 있는 것은 두 권뿐" (p.24,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인데 그중에 "한 권은 성서"라고 했다. 내가 사모하는 작가들이 이게 진리라면 진리이다.


요즘 마음이 힘들다는 그녀가 아침부터 왜 내 마음에 들어오는지 눈물이 난다. 내 마음에 자꾸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다. 은총이다. 은총을 글로 시인하니 더 큰 은총이 내게 자꾸만 온다.


세상이 강조하는 공감, 연민과 동정을 넘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쓰고 기도하며 나눔의 삶을 사는, 그 나눔이 다시 글이 되는 사랑이 넘치는 노라가 되게 해 주세요.


네 얼과 함께 속삭이는 은총이 그 벌릴 수 있는 데까지 입을 너에게 열고 있도다. (p.573)
-단테, 신곡, 천국편 (제24곡)-


단테의 신곡 표지.jpg
단테의 신곡 본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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