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15. 2020

나의 사적인 서점 이야기

Untact 시대에 Contact의 의미

나는 고독을 지향한다. 글 쓰는 사람은 지독한 고독 아래서만이 글이 써진다고 하지 않나? 이 말을 믿고 고독을 신봉하는 내가 왜 요즘 날마다 동네 서점에 출몰할까?  


오늘도 동네 서점에 다녀왔다. Untact 시대에 나는 왜 Contact 하고 싶어 할까? 왜 책값도 더 비싸고 왔다 갔다 기름값도 드는데 동네 서점을 이용할까?


인터넷 서점이 더 편리하고 책이 더 싼 건 누구나 인정하는 팩트다. 신랑은 동네 책방이 요즘 같은 세상에 안 되는 비즈라스라고 말한다. 너도 편리하고 싼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라고 거든다. 계산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신랑의 말에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코로나가 창궐하고 인터넷 서점을 꽤 이용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알라딘이나 yes24와 나 사이에는 오가는 살아 있는 이야기가 없다. 하루만에 집앞까지 책이 배달되고 박스를 풀어 책을 읽어도 왜인지 모르게 외로웠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어루만지고 책 숲을 거닌다. 책방 지기와 대화를 나눈다. 오늘은 책방에 갔더니 내가 요청한 나의 사적인 장바구니가 놓여 있다. 이 장바구니는 실체다. 마치 책방 공간의 한쪽을 점유한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책이 오가는 사이에 이야기가 있는 동네 서점이 좋다. 책방 지기가 큐레이션 한 책에는 책방 지기만의 책 이야기가 있다. 손님에게 특정 책들을 손보이기까지 수많은 책들 속에서 몇 권의 책을 고르는 안목과 시간과 에너지가 책방의 책들 속에 숨어 있다. 책방 지기에게 카드를 내밀고 계산을 하는 순간이 좋다. 한 사람의 손에서 내 손으로 건네져 오는 책의 닿음이 좋다. 인터넷 전자 상거래에 있는 피상적인 - 보이지 않는 소비에 반해 내 눈에 직접 보이는 소비를 하는 순간이다. 요즘 핫한 이슈, 돈을 쓰면서 돈의 가치를 직접 누리는 '해빙 (Having)'을 한 느낌이다. 비닐 봉지에 책을 포장해서 들고 걸어 나오는 그 순간이 좋다. 책방에서 사 온 책으로 글을 쓸 때 책방지기가 떠올라 기분이 좋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동네 책방에 간다.   


포스트 코로나를 이유로 세상이 'Untact'함만 지향한다면 과연 살만 한 세상일까? 관계가 모조리 사라지는 세상, 쓸쓸하고 삭막하다. 인터넷 소비가 경제의 중심, 소비의 중심을 차지하는 세상에서 'Contact'의 의미,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나는 오늘 당신이 동네책방에 가서 책을 쓰다듬고 책을 느끼고, 책방 지기가 권하는 책 한 권을 사오길 권한다.

책방채움 지기의 pick


작가의 이전글 줄로 재어 준 구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