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16. 2020

님아, 그 말만은 말아 다오.

어제 막둥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다.

개학은 했지만 등교가 간헐적인 초등학생 큰 형 둘이 집에 있으니

어린이집에 네 살 꼬마 친구들과 사부작사부작 노는 건 시시한가 보다.

아이는 형들과 싸우기 놀이나 블록 놀이하기를 즐긴다.

 

왜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너무 예뻐서

가기 싫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쓰러져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다.


딸도 유치원에 가기 싫어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보냈다.

동생이랑 하루 종일 싸우는 거

엄마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오후에 와서 신나게 놀자 달래고 달래

딸아이는 원에 겨우 갔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알아버렸다.

동생이 어린이집에 안 가고 집에서 쉬었다는 사실을.

딸아이는 제대로 토라졌다.

왜 자기만 보냈냐고.


네가 미워서 너만 원에 보낸 게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네 명 다 데리고 있을 순 없지 않냐고 말했다.

오빠들은 학교에 안 가는 날이고

동생은 아이라 봐줬다 했다.


수요일까지 원에 잘 가면

목요일 오빠들이 다 학교에 간 날

동생도 보내버리고

엄마랑 단 둘이 특별한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

이 제안은 통하지 않았다.

내일 자기도 안 갈 거라고 한다.


아이들이 깨면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하나.


막둥이가 또 나에게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너무 예뻐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하면

난 정말 모르겠다.


딸아이가  

왜 나만 보내냐고 물으면

얼음이 될 것 같다.


아침마다 나는 난감하다.

2020.6.15 오후 놀이터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나의 네 아이들 곁에서 하늘을 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사적인 서점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