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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16. 2020

엄마, 에덴동산이 어디 있어요?

-존 밀턴, <실낙원>을 읽다-

큰 아이가 지구본을 돌려 보며 에덴동산을 찾는다. 아 때가 왔구나. 기독교 신앙 가정에서 자라나 성경이 진리임을 알고 자라난 아이다. 드디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에게 신앙이란 본인의 선택이 아닌 부모에게서 전해지는 가치관의 녹아듦이다. "그래, 아이야. 아주 좋은 현상이야! 의심은 믿음의 출발이란다."라며 책장에서 실낙원을 꺼내 와 읽어주었다.


성경에 대해 아직은 아는 바가 적은 나로서 한 가지 인용할 책이 있어 참 다행이다. 시인들의 시인, 존 밀턴의 <실낙원>을 빌어 아이에게 에덴동산의 위치를 설명해주었다.


그 문의 바로 맞은편에는 지극히 복된 낙원이 자리 잡고 있는 곳 바로 위로 지구로 내려가는 통로가 열려 있었는데, 나중에 시온 산 위에 열리게 될 통로도 넓긴 했지만 이것보다는 훨씬 좁았고, 하나님에게 그토록 소중했던 저 "약속의 땅"으로 건너가는 통로보다도 훨씬 넓었다. (...) 지구로 열려 있는 그 통로는 아주 넓어서, 어둠 속에서 그 가장자리들은 마치 큰 물결 넘실대는 바다의 가장자리들 같았다. (p.130), 존 밀턴, <실낙원>


숱하게 의심했고 방황했다. 지금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정도 믿어진다. 아니, 믿고 싶다. 이게 인생의 빛, 인생의 구원이라면, 나를 웃게 할, 내가 새사람이 되게 할 유일한 진리라면 더 철저히 믿고 싶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실상이라는 말은 아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성경을 잘 모르니 직접 알아가고 있다.


흔들리는 아이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내가 오늘도 생방송 새벽 예배에 임하는 이유다.


2020.6.16

에덴동산 묘사
띠지의 향연, 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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