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주여 나는 외롭고 괴로우니 내게 돌이키사 나에게 은혜를 베푸소서"라는 시편의 구절을 인용한다.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다 한 가수의 노래의 가사를 들려주신다. 나도 가사를 음미하면서 여기에 꾹꾹 눌러써본다.
김조한의 <사랑에 빠지고 싶다>
운동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영화도 챙겨보곤 해
서점에 들러 책 속에 빠져서
낯선 세상에 가슴 설레지
이런 인생 정말 괜찮아 보여
난 너무 잘 살고 있어 헌데 왜
너무 외롭다 나 눈물이 난다
내 인생은 이토록 화려한데
고독이 온다 넌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이 순간 진짜 행복하니
난 대답한다
난 너무 외롭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이 뭘까 난 그게 참 궁금해
사랑하면서 난 또 외롭다
사는 게 뭘까 왜 이렇게 외롭다
조금은 느끼한 감이 없지 않은 김조한의 원곡보다 K Pop Star에 나와 불렀던 정승환의 애절한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더 좋아한다. 몇 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할 때 정승환의 이 노래를 TV에서 듣다 감탄에 감탄을 했었다. 예배가 끝나고 정승환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오랜만에 돌려 듣는다.
이 노래는 인간이 뭘 해도 외롭다는 노래다. 한편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말은 가사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제목은 '사랑에 빠지고 싶다'이다. 모순이다. 사랑하면서도 외롭지만 또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이야기다.
아침에 책을 또 두 권 주문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 프리모 레비의 책이 집에 두 권이나 있는데 정희진의 책에서 프리모 레비의 <살아남은 자의 아픔>이라는 책을 마주한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또 지르고 말았다. 알라딘과 yes24에 이 책이 품절이다. 안 되면 중고라도 사야지 생각하면서 안달이 났다. 네이버에 검색하니 교보문고에 재고가 있다. 누가 가져갈 새라 잽싸게 결재했다.
김조한의 노래 가사처럼 "책 속에 빠져서 낯선 세상에 가슴 설레지"만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또 새 책을 매번 찾는다. 나에겐 빠져 지내는 게 가방과 옷이 아닐 뿐, 책은 또 다른 사치의 하나임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과 현실의 고통을 책으로 덮고 싶다. 빠져 지내는 게 술이 아니고 담배가 아니고 값비싼 보석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 빠져 지내는, '기승전책'인 엄마를 보며 "엄마, 뭐든 적당한 게 좋아."하던 큰 아이의 조언에 뜨끔한 건 부정할 수 없다.
스스로를 책과 글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게걸스럽게 책들을 집어삼킨 후에 한 번씩 공허함, 허전함과 서글픔, 외로움이 마음에 엄습하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사랑하면서도 외롭지만 사랑에 또 빠지고 싶다는 김조한의 노래의 가사처럼, 책을 읽어도 읽어도 채워지지 않지만 오늘도 난 책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
하루의 새벽에 이 많은 책들을 다 읽겠다고 책탑을 쌓아놓고 폭주하는 기차처럼 이 책, 저 책 달린다. 오늘 새벽의 풍경, 매일 새벽 나의 책상으로 변모하는 큰 애의 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