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고 너 다섯 시간을 견디는 건 어른에게도 힘든 일이다. 아이들에게 다섯 시간여 동안 마스크를 쓰고 한 자리에 꼼짝없이 앉아있으라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멀리 떨어져 앉은옆 친구와 말도 못 섞게 한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말이다. 별 수 없다. 그냥 자기 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지지난 주에 둘째 아이가 하교하며 좋아라 했다. 하교하며 친구와 한 마디 했다고.
쉬는 시간 대화 금지 조치는 아이들의 움직임과 교류를 최소화하면서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교육부 당국의 취지도 이해는 가나 너무 심한 조치 아닌가?
교실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발표할 때만 손을 들고 말할 수 있다. 급식실에서도 칸막이가 돼 있고 한 칸씩 띄어 앉아 묵묵부답, 내 식판의 밥만 열심히 먹어야 한다. 급식 시간엔 마스크를 안 끼니 식사중 대화 금지 조치는 이해한다. 하지만 쉬는 시간 대화 금지는 다소 억지스럽다. 삭막하다.
개학은 왜 한 걸까? 그냥 온라인으로 계속하면 안 될까? 타인과 '관계함'이 사라진 학교, 말이 사라진 학교,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할까?
기관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음은 우리 집 아이들 각자의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이유다.
첫째 아이 (초등 5학년)
집이 편해서
(5학년이라 그런지 종일 마스크 쓰기는 견딜만하단다. 단지 집이 더 편해서)
둘째 아이 (초등 2학년)
1. 집이 편해서
2. 오랜 시간 마스크 쓰기가 불편해서
셋째 아이 (7살, 유치원생)
1. 집이 편해서. 유치원은 불편하다.
2. 종일 마스크 쓰기 불편해서
3. 오빠들과 동생이 안 가서 (큰 오빠 수목, 작은 오빠 목금 학교에 가니 오빠들이 동시에 학교 가는 날은 목요일밖에 없다.)
4. 밥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어서
5. 엄마를 사랑해서
넷째 아이 (4살, 어린이집 원생)
1. 집이 편해서. 어린이집은 불편하다.
2. 형들과 누나가 안 가서
3.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너무 예뻐서.
4. 친구들이 장난감을 뺏어서
흠... 모두의 이유가 타당하다. 그래서 어제도 네 명 모두 데리고 있었다.
대전 지역 사회에 코로나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네 아이들과 전쟁과 같은 분주하고 정신없는 삶 속에서도 새벽, 글쓰기, 책, 새벽예배, 꽃, 새소리, 그림책 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이제 인터넷 새벽예배를 드리러 갑니다. 상황은 어렵지만 소란스러움으로부터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