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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20. 2020

우리, 희망하지 맙시다

정희진,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코로나가 일상 생활을 가로막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내가 사는 지역 사회에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안위했었다. 마스크를 벗고 밀폐된 공간에 있는 게 찝찝하긴 했지만 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카페에 가서 아이들과 팥빙수고 사 먹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니 나의 오래된 방앗간, 동네 책방에도 자주 갔다.


하지만 대전 지역에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고강도 생활속거리 두기가 시민들에게 요구되고 있다. 지역사회에 확진자가 늘어나니 식당 출입도 다시 금하게 됐다. 다시 나의 부엌은 바빠졌다. 열심히 삼시 세끼 짓고 있다. 관내 도서관들의 2주 휴관 메시지가 속속들이 날아온다.  


코로나의 지속세와 전파력을 보니 '코로나만 지나가면' 이 희망은 이제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기란 요원한 바람이 되었다. 당분간 코로나가 빠른 시일 내에 물러 가리라는 희망을 품지 않는 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살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켜 나가며 살아야 하나 보다.


우리, '코로나만 지나가면'이라고 원하지 말자. 희망하지 말자. 다만 코로나 안에서 사랑하고 행복해하며 묵묵히 걸어가자.

희망과 현실의 간극이 클 때 우리는 절망한다. 절망에 대처하는 가장 위험한 방법은 희망이 인식이 되어 그 인식을 행동으로 옮길 때다. 나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 치유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명절 인사처럼 '모든 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인 동시에 두려울 것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 '희망찬 인생'은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인간은 무엇인가의 볼모가 된다. 희망은 욕망의 포로를 부드럽고 아름답게 조종하는 벗어나기 어려운 권력이다. (p.95) 정희진,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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