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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n 21. 2020

모든 허물을 덮는 사랑

콩깍지 제대로 씌인 너

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류의 사람이다. 허천 들렸다고 해야 하나? 허겁지겁 먹고 많이 먹는다. 심리적인 허기 때문이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배가 터질 때까지 먹곤 했다. 연애 시절에도 신랑은 이런 나를 보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고 놀리기도 했다.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애가 네 명이 되고 나니 나의 허천병도 많이 없어졌다. 네 아이들이 싸우면서 걸신들린 듯이 먹는 모습을 보면 입맛이 떨어질 때가 많다.


그래도 여전히 나의 먹는 모습은 누가 보기에 그리 아름답지 않을 터다. 차분하고 고상하게 먹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여섯 명 분의 음식을 하고 네 아이들과 신랑을 챙기고 치우고 하다 보면 아직도 급하게 먹기 일쑤다.


그런데 며칠 전 큰 아이가 식탁에서 나를 한없이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엄마는 어쩜 먹는 모습도 그렇게 예뻐?
-큰 아들의 말,말,말-


뭘 먹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먹다 뿜을 뻔했다. 나의 먹는 모습이 예쁠 수도 있구나, 생소했다. 앞으로 진짜 예쁘게 먹어야지. 아들의 말에 걸맞게. 먹을 때 품위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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