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학년, 큰 아이가 어제 단위 학교 영재 학급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과학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아이는 영재 학급에 들어가길 간절히 원했습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걸 성취하여 기쁩니다.
엄마로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여기에 저희 아이의 사연을 쓰는 이유는 제가 아이를 믿어온 오랜 시간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와 제 큰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물고기를 좋아했던 아이는 어려서부터 꿈이 어부라 했습니다. 그래서 물고기를 수백 마리를 잡으러 시냇가로, 바다로 다녔습니다. 한글도 안 가르치고 초등학교에 보내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어른들 중에 한글 모르는 사람 있냐고 학교 가서 배울 거라고 걱정 안 된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물고기를 잡으러 다녔습니다. 아이가 물고기 잡는 것을 너무 좋아하여 저희 가족은 냇가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좋아하다 보니 아이는 물고기에 대해, 생물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나 봅니다. 생명과학자가 되겠다 합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집 안에 각종 물고기,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도롱뇽, 자라를 숱하게 들입니다. 한 녀석이 죽으면 다른 녀석이 집에 옵니다. 집 안에 파브르가 있는 건 아주 고무적인 일이지만 사실 엄마로서 귀찮았습니다. 어항 물 갈고 어항 닦다 짜증도 많이 냈습니다. 여름에는 잠자리채 하나 들고 잠자리를 수백 마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지요. 아이가 커가니 아이는 혼자서 곤충과 생물을 키울 능력을 갖춰 갑니다. 네가 혼자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는 다 키워도 된다고 허락했습니다. 생물들이 죽어 나가고 중간에 생물 키우기가 중단된 적도 많지만 아이는 먹이 주기, 곤충 집 청소하기를 감당하며 끊임없이 생물을 키웠습니다. 뱀까지는 허락이 안 되더군요. 자라가 마지노선이긴 했습니다.
어느 날 공룡에 부쩍 관심이 생긴 아이, 고생물학자가 된다고 합니다. 미국 몬테나 주에 가서 화석을 발견하겠다 합니다. 신랑이 현실적인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생물학은 이제 돈이 안 된다고. 신랑이 그런 소리하면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그런 소리 말라고. 언제든지 꿈을 지지해주라고.
아이는 영어, 수학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초등학교 저학년 내내 실컷 놀 시간이 많았습니다. 3학년 때까지는 놀이터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았습니다. 엄마가 해외 유학파인데 영어 선행 안 하냐고 주변에서 많이들 말했습니다. 3학년 때부터 영어 과목이 교과 과정에 들어가니 그때 가르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3학년 2학기부터 영어 학원에 보냈습니다. 아이는 알파벳도 그때 처음 써보았습니다.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저는 반대합니다. (영어 편은 브런치 작가 소개 아래 웹사이트 링크, 블로그 -> 교육 카테고리에 많이 업로드돼 있습니다.)
그러던 아이가 천문학에 관심이 생겼다 했습니다. 전국의 천문관은 다 찾아다녔습니다. 저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아빠가 거의 데려갔지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책도 드밀고 함께 읽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도 아이가 4학년이 되니 마음가짐이 달라지더군요. 흔들렸습니다. 조급해졌구요. 영재 선발 과정이 있다는 걸 알고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4학년 초에 아이에게 소개했더니 아이는 영재 학급에 꼭 들어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과학을 실컷 연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 말을 들으니 지원해주고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당시 여러 수학 학원 상담에 열을 올렸습니다. 사고력 수학에 혹하긴 했습니다. 이걸 해야 영재 학급에 뽑힌다니 밀어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영재 학급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이미 6학년 수학까지 끝낸(?)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끝내는 기준이 무언지는 모르겠지만요.
수학 학원에 등록하려던 찰나에 신랑이 발목을 잡습니다. 신랑이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학원에서는 문제 풀이만 시킨다. 아이가 개념을 잘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개념만 확실히 알면 문제 풀이는 그냥 따라온다. 그러면 자기가 가르쳐라 라고 해서 수학은 아빠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도 교과서 복습으로만요. 단원 단원 학교 진도가 나가면 아빠와 함께 그 단원 복습을 문제집과 함께 합니다.
영재학급에 들어가려면 2년 선행은 기본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습니다. 그래서 4학년 여름방학부터 한 학기 선행에 들어갑니다. 아빠를 볶아 여름방학 동안 4학년 최상위까지 다 끝내게 했습니다. 모르는 문제가 많았지만 어찌 됐든 아이는 4학년 2학기 선행을 우리 기준에 완벽히 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4학년 2학기 학교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수학 수업 어떻냐고요. 지루하고 재미없답니다. 이미 다 알아서요. 아차 했습니다. 이거 아니구나. 흥미를 잃으면 아무 소용없는데 싶어 그때부터 다시 선행을 중지했습니다. 지금도 예습은 시키지 않고 복습만 합니다.
아, 연산은 꾸준히 시켰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연산도 안 시켰는데 2학년 때, 당시 고학년 자녀를 둔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상담 때 연산은 시키라고 하시더군요. 선생님도 저와 뜻이 같아 선행을 반대하시는데 연산만큼은 꾸준히 해서 계산에 실수가 없게 하라고요. 그래서 2학년 2학기 때부터 구몬 연산을 꾸준히 시키고 있습니다.
과학 분야입니다. 학교 과학이 너무 시시하고 재미없다 하여 아이의 지적 자극을 위해 과학 실험을 하는 곳으로 4학년 2학기 후반부터 보내고 있습니다. 영재 학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고서를 쓰는 등 쓰는 연습을 시켜야 하는데 도저히 과학 쪽은 제가 도와줄 수가 없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과학 지식이 많다고 해도 머리에 있는 지식을 글로 풀어내는 건 훈련이 필요하니까요. 다행히 온 방면에 열정적인 선생님을 만나 서로 소통하며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를 함께 도와주고 있습니다. 부모 판단에 꼭 필요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추천합니다.
어려서부터 실컷 놀리고 아이의 꿈만 쫓아왔습니다. 두 손, 두 발 떨려하며 몇 시간씩 물고기를 잡던 무아지경의 몰입의 경험, 그 집중의 힘은 책상에 앉아서 기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에 깊이 빠져보는 물아일체의 경험을 아이에게 주어왔던 게 저의 엄마로서 긍지라면 긍지입니다.
이제 아이는 기계에 관심이 생겼다 합니다. 그래서 며칠 전 함께 기계에 관한 책을 같이 찾아보고 주문했습니다. 책이 오자 아이 책상에 살며시 책을 놓아주었습니다.
지금 아이가 새롭게 쓰는 꿈은 기계공학자입니다. 그래서 이젠 아이의 새로운 꿈을 좇아가려 합니다. 저희 아이가 영재반에 합격했다고 해서 영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이 아이는 꿈을 꾸는 아이, 자신이 원하는 걸 확실히 아는 아이, 그 꿈을 향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몰입할 줄 아는 아이라는 걸요. 영재 학급 선발도 결국 본인이 간절히 원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저, 화도 버럭버럭 내고 심성도 곱지 못한 모자란 엄마입니다. 하지만 교육 부분 하나만큼은 저만의 기준, 저만의 가치관과 철학으로 밀어붙인 거 잘했다고 제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급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천천히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시길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의 글이 아이들 양육과 교육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스탠포드 교육학 석사이자 네아이맘, 노라의 <선행 없이 영재 학급 진입하기>는 계속됩니다. 다음은 운동과 놀이에 대해 쓸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