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없이 영재 학급 들어가기 2편

운동과 놀이가 공부보다 먼저

by 마음은 줄리어드

아이는 5학년 영재 학급에 선발이 되기 한참 전, 4학년 1학기부터 학교 배드민턴부 대표로 선발되어 운동을 했습니다. 4학년 2학기 때는 티볼부에도 선발이 되어 두 운동부에서 아침 자습 시간마다 운동장이나 강당에 가서 한 시간 동안 운동을 했습니다. 그 외 다른 운동부에서도 이 아이를 스카우트했지만 이미 두 팀에서 뛰고 있는 터라 플로어볼 팀이나 다른 운동부에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물론 선천적인 신체 조건이 좋기도 합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려서부터 3학년 때까지 충분한 바깥놀이로 다져진 대근육 발달이 큰 몫을 했을 거라 엄마로서 생각합니다. 하루에 5시간 정도 지칠 때까지 뛰 놀고 하니 민첩성, 지구력, 근력 등이 10년 동안 안 길러졌을 리가 없습니다.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아침 자습 시간마다 글쓰기 훈련을 시켜주시더라고요. 성품이 훌륭하시고 실력도 출중하신 선생님이라 선생님이 해주시는 알짜배기 글쓰기 교육이 아쉽긴 했습니다. 교실의 다른 아이들은 양질의 글쓰기 교육을 받는데 혼자서 운동하러 가는 게 맞나? (실제로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운동부에 뽑히고도 운동부에 보내지 않는 엄마도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아침 자율학습 활동을 안 하고 운동부에 가서 운동하는 애들은 저희 아이를 포함 반에서 딱 두 명이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운동이 공부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좋아했거든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매일 학교에 등교할 때는 아침마다 운동부에 가서 운동하는 낙으로 학교에 가는 걸 항상 즐거워했습니다.


요즘 아이는 학교 운동부에서 운동을 못 하니 동네 야구에 빠져 지냅니다. 오전에 할 일을 다 하면 나가서 오후 내내 동네 동생들과 운동을 합니다. 같은 학년 친구들은 놀이터에서도 야구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자기 아래의 동생들과 야구를 하지만 자기들끼리'KLB (Korean Little Baseball)' 리그라며 승률, 타율도 계산하고 놉니다. 놀이 안에서 규칙과 협동을 배우지요.


야구는 이 아이의 거대한 세계 중 하나입니다. 요즘 이 아이의 세계는 과학과 야구로 가득 차 있는 듯합니다. 야구를 하고 싶은 아이를 책상에 가둬두면 어떻게 될까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지 못해 속병이 나고 말 겁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려고 공부만 시키면 그 공부에 지쳐 나가떨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 9년 내내 전교 1등을 도맡아 했지만 고등학교에 가서는 공부를 놔버렸습니다. 공부만 시키던 엄마 시야를 벗어나니 묶여있던 고삐를 제가 스스로 풀어버렸지요. 여담이지만 학창 시절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지 못해서 사십 평생 방황만 했습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진정 하고 싶은 걸 찾아 책과 글에 깊이 빠져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 사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아이, 정말 좋아하는 게 있어 신명 나게 살아갈 힘이 있는 아이로 만들려면 운동과 놀이는 꼭 필요합니다.


내 아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걸 맘껏, 실컷, 지칠 때까지 하게 해 주면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훨훨 날며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스탠포드 교육학 석사이자 네 아이맘, 노라의 <선행 없이 영재 학급 진입하기> 연재는 계속됩니다. 아래 1편 링크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noranoh/150 -> 선행 없이 영재 학급 진입하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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