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어요. 엄마가 억지로 시켜서 했었죠. 하지만 매일 일기 쓰기 경험은 제 무의식 속에 '글을 쓰고 싶다'라는 열망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쓰기 싫어서 울면서 쓴 적도 많아요. 아주 엄격하셨죠. 단 하루도 못 거르게 하셨거든요.
치맛바람이 남달랐던 엄마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친하셨어요. 일기를 꼭 날마다 써야 공부를 잘한다고 모 선생님께 조언을 듣고 나서, 엄마는 일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셨죠. 이 일기가 딸을 공부 잘하는 딸로 만들어주리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었어요.
시집올 때 일기장 노트 뭉치를 엄마가 시댁에 보내셨어요. 결혼하자마자 떠난 미국 유학에서 돌아오니, 시어머니께서 이렇게 제본을 떠 놓으셨더라고요. 6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게 하신 엄마나, 제본을 떠놓으신 시어머니나 대단하신 분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형태와 색깔은 다르지만 저를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시는 분들이죠.
이제는 그 엄마의 노릇을 제가 할 차례인 듯해요. 저만 글쓰기를 하니 아이들에게 미안해져요.
글씨를 쓸 줄 아는 초등학생인 첫째, 둘째 아이에 한해 글쓰기 교육을 시키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일기를 날마다 쓰게 하려니 억지스럽게 느껴져요. 저도 하기 싫었던 것을 제 자녀에게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서 대안을 마련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일기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걸로 일단 시작해보기로요. 이거 엄마랑 같이 써보는 거 어떻냐고 의견을 물어보니 아이들이 찬성했어요. 그래서 어제부터 아이들도 3년 일기 쓰기에 동참했네요~
며칠 전부터 <Q&A a day 5년 후 나에게 다이어리>를 제가 쓰고 있는데요. 좋아요. 날마다 다른 질문이 나오면 그에 대해서 5년 동안 기록을 하는 거예요. 5년 후에 이 일기장을 보면 뿌듯할 것 같아요^^
어른용이고요.
아이들의 일기장은 이렇게 돼 있네요. 아이들 거는 3년짜리에요.
학교에서 억지로 쓰게 하는 주 2회 일기 활동, 코로나 집콕으로 이것마저 못 하고 있는데요. 글쓰기 교육에 관심 있으신 분은 Q&A a day for kids로 시작해보세요~
자녀와 함께 한다면 서로 소통하고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듯해요. 코로나가 의외로 준 선물이 많아요. 미루고 미루던 걸 하게 하거든요.
할 일을 미루는 건 시간을 놓치는 거야. 단번에 움켜잡으라고 (p.286)
-찰스 디킨스, 데이비드 코퍼필드 1, 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