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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Jul 12. 2020

바보 같은 마음으로

미야자와 겐지, <은하 철도의 밤>

<은하 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의 원작에 후지시로 세이지의 글과 그림자 그림을 더한 그림책이다.


미야자와 겐지는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의 시인이자 동화작가이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1983년 <은하 철도의 밤>으로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 (BIB)에서 황금사과상을 수상한다.


책은 조반니라는 인물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조반니의 아버지는 북쪽 바다로 돈 벌러 가서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어머니는 아파서 줄곧 누워 있다. 그래서 학교를 마치면 조반니는 마을의 인쇄소로 일하러 간다. 단짝 친구인 캄파넬라와 노는 일도 전혀 없다. 그런 조반니는 지나가는 화물 열차를 보며 자신도 저 기차를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가 보고 싶어.'라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런 조반니의 꿈이 이루어진 것일까? 친구들에게 심한 놀림을 당한 조반니는 아이들을 피해 뛰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내달린 조반니는 별과 하늘을 바라본다. 그 순간, 하늘이 수천수만 빛의 알갱이로 반짝반짝 계속 빛난다. 다이아몬드로 반짝이는 파란 강철 같은 하늘의 돔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조반니는 은하 철도를 타게 된다. 캄파넬라도 은하 철도에 동행한다. 조반니와 캄파넬라를 실은 은하 철도는 여러 은하 정거장을 지나간다. 아름다운 은하계의 모습들이 책 속에 환상적인 색채를 담은 그림자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한 청년과 아이가 은하 철도에 동승한다. 그들은 난파되던 배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다 죽게 된다. 이들의 사연을 듣고 조반니는 "나도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싶어요. 모두를 위해서라면, 죽어도 괜찮아요."라며 읊조린다.


은하 철도의 밤은 결국 조반니의 꿈이었다. 현실에서 캄파넬라는 친구 자네리를 구하다 익사하고 말았다. 조반니가 꾼 꿈을 캄파넬라가 현실 세계에서 실현시킨 거다. 모두를 위해, 타인을 위해 캄파넬라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 시대, 모두의 생명이 초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느낀다. 엘리베이터나 밀폐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타인과 함께 하기 꺼려진다. 전염병의 시대는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타인을 철저히 경계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이렇듯 나와 가족을 타인으로부터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염병의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는 걸까? 이 책은 왜 이 시기에 우리에게 온 걸까? 처음에 대구에 코로나가 만연할 때 안심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느낀 내가 부끄럽다. 지금은 내가 사는 지역에 코로나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적지 않은 마스크를 매주 쟁이면서도 헷갈린다. 내가 마스크를 사면 누군가는 그만큼 못 산다는 이야기다.


초개인적인 삶을 요구하는 시대에 미야자와 겐지는 <은하 철도의 밤>을 통해 우리 모두 아름다운 '바보'처럼 사는 세상을 그린다. 모두가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면 지구도 이렇게까지 병들지 않지 않았을까? 바보의 마음으로 살아갈 때 세상이 더 평화로울 것이라는 미야자와 겐지의 삶에 대한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그가 <비에도 지지 않고>와 <바보가 만든 숲>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일괄된 생에 대한 시각이다.


코로나 시대,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이 아닌, 모두를 위해,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단 한 번만이라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모두가 살아간다면 이태원 클럽 발과 신천지 모임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도 막을 수 있었을 거다.


하루빨리 코로나의 종식을 바란다. 그리고 모두가 미야자와 겐지의 바보 같은 마음을 가지길 소망한다.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도서 후원을 받아 쓴 글입니다. 좋은 책을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gilbutkid_book #길벗어린이 #그림책 #미야자와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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