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의 그네 타기

-브루스 톰슨, 바버라 톰슨의 <내 마음의 벽>을 읽다

by 마음은 줄리어드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에 몰두하면서 살고 있나? 나는 어디에 많은 시간을 쏟나? 그건 바로 책 읽기. 내가 탐하는 책 읽기를 들여다본다. 나는 왜 이렇게 걸신들린 듯이 책을 보나? <내 안의 어린아이> 책을 읽다 독서가 과정 중독 중의 하나라는 구절을 읽었다. "버림받은 내면아이"는 "한없는 공허와 외로움을 느끼고 비어 있는 내면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중독에 빠져든다" (p.25)는 이야기는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그러다 한 곳에 시선이 고정됐다. "내면아이는 텔레비전, 일, 운동, 잠, 연습, 권력, 돈, 소비, 도박, 도벽, 독서, 수다, 전화 통화, 명상, 종교, 드라마, 위험, 성적 유혹, 근심, 곱씹는 생각" 을 "공허를 채우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탐닉할 수 있다" (p.25)는 구절에서 "독서"라는 글자에 마음이 쿵 했다.


책에 지나치게 빠져있는 나의 민낯을 본다. 독서가 과정 중독이라니? 읽고도 믿기 싫었지만 부정할 수 없다. 내게 책 읽기란 무엇인가? 앎에 대한 욕구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삶으로부터, 온갖 괴로움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있다. '삶으로부터 회피'를 위해 책 읽기를 한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불편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설거지를 미루고 책을 읽는 것은 비겁하다고, 폭탄이 된 거실을 정리도 안 해놓고 책을 읽는 건 삶을 대하는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자책하는 순간이 잦았다. 그러면서도 설거지, 빨래, 식사 준비, 자질구레한 허드렛일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이 책으로, 저 책으로 더 멀리 더 깊이 책과 함께 표류하고 싶었다.


무언가에 탐닉하면서 현실을 도피하려는 태도, 사실 내 감정을 다스려온 오래된 방식이다. 이번엔 그게 책일 뿐이다. 어렸을 때부터 굳어진 성취 중독은 아직도 내 삶의 여러 면에서 드러난다. 처녀 시절에는 폭식과 사람들에 지나치게 빠져있었다. 한 시도 누군가를 만나거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불안했다. 최근에는 2년 전만 해도 운동에 중독됐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고 우습지만 운동으로 최고가 되려고도 했었다.


브루스 톰슨과 바버라 톰슨은 이를 '도피의 그네 (Flight Swing)'라고 부른다.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나 안위를 얻으려고 어떤 쾌락을 얻는 쪽으로 도피하려" (p.157) 한다. 하지만 그 쾌락은 "단지 일시적이며, 나중에는 다시 고통으로 돌아와 그와 똑같은 순환"이 "계속 되풀이된다" (p.157)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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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지나친 행위는 삶의 균형을 깬다. '중독'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 "삶보다는 책"이라고 말로는 거듭 강조하면서 삶으로부터 도망치기를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내가 탐하는 책 읽기에 이번 주 내내 의식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영화로 눈을 돌렸고 삶에 관심을 더 기울였다. '나는 도피의 그네 때문에 무엇을 놓치고 있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다음 주에는 책 읽기와 균형을 맞추려 여러 가지를 해보려 한다. 좋아하는 친구와 밥 먹으며 대화 나누기, 기도하며 하나님과 대화 나누기, 음악 듣기, 오랜만에 파마하고 기분 전환하기, 아이들과 기나긴 겨울 방학을 어떻게 사랑하며 보낼까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생각하기, 이번 크리스마스엔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해주는 대신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계획하기 등등 내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써보기로 한다.


오직 한 가지에 매이지 않으려 한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 한다. 내가 나 자신을 무언가의 노예로 만들 이유는 없다. '무언가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내 마음의 오랜 결박을 풀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I will give you the keys of the kingdom of heaven; whatever you bind on earth will be bound in heaven, and whatever you loose on earth will be loosed in heaven.

-마태복음, 16장 1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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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이러한 방어의 벽을 세운다. 이러한 적들은 그것이 사실이든 상상이든, 인생에 대한 우리의 반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의 벽 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해서 정욕적인 습관의 노예가 되는가? (p.155)

-브루스 & 바버라 톰슨, 내 마음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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